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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부도전은 여전히 고즈넉하게 길손을 맞이하는데 절집은 옛모습이 아니구나!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15. 11:24

 

오래전에 월정사를 갔을 때 팔각구층탑이 너무 좋았던 느낌이 낭아 있어서

이번 여행 중에 월정사를 찾았다.

 

오랜만에 찾아간 월정사,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데 성인 1인당 3천원, 주차료 5천원이라니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러나 시주를 하는 셈치고 들어간다.

 

월정사 옆에 차를 세울까 싶어 멈칫거리며 절을 건너다보니

월정사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너무도 웅장한 건물로 그득하다.

너무 부담스러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상원사를 먼저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들린다고 상원사로 향한다.

 

 

 

 

 

월정사를 막 지나고 나서 오대산 천연의 숲, 전나무 숲에 둘러싸여 고즈넉하게 길손을 맞는 부도전을 만난다.

석종 모양이 주를 이루는 20기가 넘는 부도가 있는 부도전이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이다 더욱 조용하고 위엄이 있다.

 

 

 

 

 부도는 스님들이 돌아가신 뒤에  다비식을 하고 난 뒤 나온 사리를 모아 둔 것으로 말하자면 스님들의 무덤이다.

월정사의 부도전은 조선시대 운공성관, 금성당 등 월정사와 관련이 있는 스님들의 부도들이다.

 

 

 

 

22기의 부도는 주로 석종형이지만 그 가운데는 2중 기단과 옥개석을 갖춘 원탑형 부도도 있다. 

 

 

 

 

부도들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에 가려서 이끼로 덮혀있다.

월정사부도전을 더 운치있게 만드는 데 전나무 숲과 이끼가 한 몫을 하는구나!

 

대흥사부도전이 빙 둘러친 담장과 어울려 아름다운 작품이라면

이곳은 전나무 숲과 어울려 하나의 조각작품이 된 부도전이다.

 

 

 

 

 

천연의 숲이라는 아름드리 전나무 숲을 지나 상원사로 오른다.

비가 부슬거리지만 창문을 열어놓고 올라간다.

이렇게 아름답고 맑은 공기로 가득한 길을 창문을 닫고 오르는 것은 전나무 숲에 대한 실례이다.

 

 

 

 

 

상원사로 오르는 길 옆의 계곡 물은 눈이 시리게 맑다.

그 계곡에는 오솔길을 걸어서 오르는 길손들이 작은 돌탑을 쌓아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람의 손길과 자연이 만나서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과 자연이 이렇게만 조화로웠으면.....'하는 바램을 하며 길을 오른다.

 

 

 

 

늙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간 길이라 상원사 마지막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서 상원사를 들어간다.

20여 년 전에 다녀갔으니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의 길은 분명 아니다.

하긴 20 년이면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

 

 

 

 

 

사람들은 가파른 계단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 상원사로 향한다.

무엇을 보기 위해서일까 상원사 동종을?

아니면 문수동자상을?

 

 

 

 

청풍루 2층에는 불교와 관련한 미술품들이 전시, 판매 되고 있다.

 

 

 

 

청풍루에서 본 전인 문수전이 있는 곳으로 오르는 계단도 가파르다.

이 계단을 오르면서 번뇌를 씻어 내라는 말일 게다.

 

 

 

 

                                                                                                                             사진 상원사

 

상원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 산서성(山西省) 오대산의 문수신앙을 이곳 오대산에 전파한 절이다.

그러나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사람은 자장율사가 아닌 조선시대 세조대왕이다.

1462년 11월 5일 피부병으로 고생을 하던 세조가 상원사에 거동하고,

 문수보살이 동자승으로 현현해 세조의 등을 밀어주어서 피부명이 말끔히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세조의  병을 낫게해준 문수동자를 기리기 위해 의숙공주와 효령대군의 발원으로  만들어진 문수동자상은 1466 년에 상원사에 모셔졌다.

 

국보 제221호인 문수동자상,

예전의 문수동자상은 지금의 문수전에 있는 동자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것같은데..

옷을 다시 입혀서일까?

 

 

 

 

상원사 문수전 앞에는 이런 고양이 석상이 있다.

이 고양이 석상도 세조와 관련이 있다.

하루는 세조가 기도하러 법당에 들어가려하자 고양이가 옷깃을 물러뜯으며 만류하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세조는 법당 안밖을 샅샅이 뒤져서 자객을 잡아냈다.

그렇게 고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세조는 상원사 고양이를 잘 기르라는 뜻으로 묘전(猫田)을 내렸다.

 

요즈음에는 고양이 석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만지며 소원을 빌고 있다.

 

 

 

 

안동에서 가지고 왔다는 상원사의 또 다른 국보, 국보 제36호인 상원사 동종은  유리관 속에 보호되고 있다.

 

상원사는 이래저래 세조와 관련이 많은 절이다.

상원사 동종 역시 1465년 상원사를 새로 짓는 일과 관련이 있다.

조정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1466년 상원사를 낙성했지만 종은 만들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종을 수배해 그 중 가장 아름답고 소리가 좋은 것을 상원사로 보내도록 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경상도 안동의 역사를 기록한 <영가지(永嘉誌)>에 따르면, 안동의 어느 절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종이 있었다고 한다.

이 종은 나중에 안동도호부의 남문 누각으로 옮겨져 시각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안동 남문의 종이 선택되어 상원사로 가게 되었고 한다.

그래서 이 종이 죽령을 넘어 오대산 상원사로 옮겨지게 되었다.

1469년(예종 1) 이 종이 죽령을 넘다가 아마 마차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모양이다. 이때 종의 상단부에 있는 종유(鐘乳: 종의 젖꼭지) 하나가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고 이 일을 맡은 관리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때 재치 있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 "고개를 넘다가 쉬는데 종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 어찌해야 합니까?

그 이유를 알아보니 이 종이 옛 고장 안동을 떠나기 싫어서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종의 젖꼭지를 하나 떼어 안동으로 보내도록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자 종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이다.

상원사 종을 보면 사방으로 9개씩 모두 36개 종유가 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중 하나의 종유가 떨어지고 없다. <영가지>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최근에 들어서 안동에서는 이 종을 가지고 가길 원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않는 모양이다.

안동에서는 이 동종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종을 만들어서 웅부공원에서 시민의 종으로 역활을 맡기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상원사 동종을 함부로 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원래의 종은 유리관 안에 보호하고

지금은 새로운 종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 아름답기로 유명한 동종의 비천상도 이렇게 자세하게 재현해 놓았다.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과 하늘로 날아 올라가려는 천의의 율동적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상원사의  전각들이 다시 지어져서 부담스러웠지만 스님들의 처소인 이곳은 싸리 울타리가 쳐져있는 모습이 정겹고 좋다.

 

 

 

 

오대산 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상원사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비가 내리다가도 금새 해가 나고 또 다시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니

오대산의 모습은 수시로 변하고 수시로 무지개가 떳다가 사라진다.

 

오대산에서 시작한 무지개가 문수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우리의 마음에는 뭔가 서기가 비치는 것 같은 것을 느낀 기분 좋은 날이다.

 

 

 

 

 

 

비 오락가락 하는 날 상원사를 찾은 사람들,

그들은 문수동자와 동종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을까?

또 그들은 훗날 상원사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마도 나처럼 세월 흐른 뒤에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기억할 것이다.

달라진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