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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볕들 날을 기다리며.....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0. 10. 06:53

 

얼마 전 천왕역으로 돌아서 시흥을 가던 길에 만난 허름하고 오래된 동네,  소위 말하는 달동네를 만났다.

요즈음도 저런 동네가 있나싶게 그 모습이 너무도 강하게 뇌리에 남아 어제 날 잡아 그곳을 찾았다.

그곳이  부천시 범박동 아파트 옆이었다는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어제는 태풍 뒤의 볕 쨍한 날이었다.

동네의 집들은 처음 보았던 날처럼  여전히 지붕에 천막과 타이어를 이고 카랑카랑한 초가을 햇살을 견뎌내고 있었다.

행정명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계수마을은 40 년 전의 세월을 그대로 이고 말이다. 

 

 

 

 

 

그런데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보니 대부분의 지붕에  타이어를 얼기설기 엮어 올려놓았다.

'왜 이동네는 지붕에 타이어를 올려놓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도 오래된 함석지붕이나 슬레이트 지붕에서 비가 새니 허름한 집을 큰 돈 들여 다시 덮는다는 게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되어서일 것 같다.'

라고 결론지으며 마음이 짠해진다.

 

 

 

 

멀리서 바라볼 때도 그랬지만 가까이서 봐도 아직도 서울근교에 이런 동네가 있나싶다.

집과 집을 이어주는 골목은 손수레 하나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골목으로 연결되는 곳이 허다하고

아직도 땔감은 연탄을 쓰는 집이 대부분인 모양이다.

이런 동네라면 모든 것이 자동화가 된 요즈음에도 연탄가스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

 

 

 

 

 

 

 

 

동네에는 번듯한 가게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문을 닫은 가게도 어쩌다가 남아있는 가게도  시간이 멈춰져있다.

새마을 운동을 벌이기 이전 60년대의 모습 그대로...

그곳을 이용하던 젊은이들은 이미 더 번듯한 보금자리를 찾아 떠났을까?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의 그림자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는 걸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들보다 더 편한 공간에 사는 우리도 잊어버린 국기를 다는 한글날을 그들은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그들은 어느 작은 공간이라도 놀리는 법이 없다. 허름한 지붕 위도 말이다.

그리고  자기가 키우는 곡식이나 채소들을 애지중지 사랑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채소뿐만이 아니다.

햇살 좋은 날이라 동네 어느 집을 돌아가도 깨끗하게 빨아놓은 옷가지들이 가지런하다.

이런 모습에서 그들은 그들 삶과 연결 된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곳에 사시는 어른들은 마음까지 따스하다.

깻잎 김치를 담그시는 어르신은 경로당에 놀러가자고 들린 아주머니께 얼른 한 접시 수북하게 담아 건네신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점심 반찬으로 드시라고 말이다.

요즈음처럼 물가가 비쌀 때 이렇게 반찬을 만들어서 건네주는 게 어렵다는 걸 살림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 안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손 글씨 안내문이 곳곳에 있다.

주민협의회직원 일동이 써 놓은 글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시라는 글과 함부로 남의 공간을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이다.

그런데 그 글을 옛날 선비들이 하듯 아주 신사적으로 조근 조근 풀어서 얘기하고 있어서 굉장히  따스하다.

 

 

 

 

 

 

 

이곳에 들어와 사신지 10년이 훨씬 넘었다는 이 어르신들

재개발이 되면 깨끗한 집 한 채라도 돌아올까 싶어 불편함을 참으며 살고 계신단다.

그러나 지난 번 경기도지사님이 하시던

"북한에도 이런 동네는 없던데 빨리 재개발을 추진해드리겠다."

는 말씀만 아직 남아있고 재개발 소식은 없단다.

당국이나 건설회사, 주민자치단체 어느 누구의 노력으로만 이 동네가 개발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삼자가 모두 다 함께 노력해서 이 어르신들께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건물마다 무슨 도장을 찍듯이 '교회신도 재산'이라는 글씨가 갈겨 쓰여 있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어느 목사님이 이 땅이 자기네 선조의 땅이니 자기들 것이라고 이렇게 글씨를 새겼단다.

그래서 내가 동네를 들어설 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교회에서 오셨어요?"

하고 물으셨던 모양이다.

이 동네 주민이라면 이렇게 문신을 새기듯 자기네 집에 이런 글을 써놓은 그 목사님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싶다.

어떤 연유에선지는 모르지만 목사님과 주민들이 빨리 의논을 해서 합의점을 찾고

주민들의 주택과 마음에 쨍하고 볕들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