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처음으로 도전해 본 안동식혜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 28. 07:21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것저것 차례를 위한 준비로 바쁘지만 이번 설에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안동식혜를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 어머님 편찮으실 때 목에다 호스 넣어 며칠을 아무 것도 드시지 못하시는 걸 보고 다짐했었지요.

어머님 완쾌되시면 좋아하시는 안동식혜를 해드리겠다고요.

그래서 이번 설에는 처음으로 동식혜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찐 찹쌀에 무와 생강과 고추가루를 넣어 엿기름 물로 삭힌 안동식혜는

깔끔한 색깔의 서울식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개죽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안동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맛이지요.

그런 식혜를 돌아가신 아버님도 너무 좋아하셨고 어머님도 무척이나 좋아하시니 이번 설에는 제가 만들어봅니다.

 

 

 

 

안동식혜의 재료는 찹쌀, 무, 엿기름, 고추가루, 생강입니다.

찹쌀은 깨끗하게 씻어서 두 시간 이상 불립니다.

의성 방아간에서 빻아 온 엿기름은 지난 가을 어머님이 편찮으시기 전에 보리를 사서 직접 싹을 낸 것이라 정말 깨끗하고 좋은 엿기름이지요.

 

 

 

 

 

무도 지난 가을 거두어 둔 어머님의 텃밭 무입니다.

어머님의 텃밭 무는 가뭄이 들어도 물을 거의 주지 않는 무라 크지는 안지만 달고 단단해서 식혜를 만들 때는 최고의 무지요.

식혜 무는 너무 크고 무른 것을 사용하면 물러서 맛이 없답니다.

무는 0.5cm 정도로 잘라 다시 그정도의 크기로 토막을 낸 다음 얇게 나박나박 썰었습니다.

 

 

 

 

쌀과 같은 양으로 준비한 엿기름은 한 시간 정도 물에 불렸다가 팍팍 문지러 가면서 채에 걸러냅니다.

엿기름에서 흰 색의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걸러내어 찌꺼기가 충분히 가라 앉으면 윗물을 따라 식혜를 삭힐 물로 준비해둡니다.

남은 찌꺼기는 물론 버려야지요.

 

 

 

그 식혜 물을 썰어둔 무에 붓고 준비해둔 생강과 고추가를 주머니에 싸서 바락바락 문질러 생강과 고추가루 즙을 짜냅니다.

보통 시중에 파는 안동식혜가 고추가루를 많이 넣어서 빨간색인데 비해 저는 고추가루를 조금만 넣었습니다.

어머님이 아주 진한 빨간색의 식혜는 좋아하지 않으시거든요.

 

 

 

식혜를 삭힐 엿기름  물을 준비하는 동안 불린 찹쌀을 고슬고슬하게 쪄냅니다.

쪄낸 찹쌀밥을 식기 전에 무와 생강, 고추가루가 들어간 엿기름 물에 붓고 삭히기 시작합니다.

생강과 고추가루는 덜 우러난 것 같아  들어있는 주머니는 그냥 물에 담궈둡니다.

 

 

 

 

 

저녁을 먹고 이렇게 찜솥에 담아서 거실 따뜻한 곳에서 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고 하룻밤을 자고 났더니 제대로 삭아서 쌀알이 동동 떠있네요.

그런데 물이 좀 작았던지 너무 뻑뻑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엿기름을 한 웅큼 불려 걸러 부었더니 물의 양도 적당하더라고요.

 

 

 

이제 쌀이 삭는 것은 다 되었고 무만 맛 들면 되겠네요.

그래서 단 맛을 내기위해 설탕을 넣었어요.

설탕의 양은 넣어가면서 식구들의 입맛에 맞는 단맛으로 하면 되겠네요.

 

 

 

설탕을 넣은 것을 먹어보니 제법 맛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이천에 볼일이 있어 나가면서 하루 종일 따뜻한 방에 두면 너무 삭을 것 같아 시원한 밖에 놓아두고 갔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볼 일을 보러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집에 오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 터에 한 그릇 떠서 먹어봅니다.

아직 완벽한 안동식혜의 맛은 아니지만 상당히 비슷한 맛입니다.

무도 아삭아삭하고 적당히 맵싸하고 생강 맛도 솔솔 나고요.

며칠 시원한 곳에서 맛 들여서 배나 좀 썰어넣고 땅콩 좀 띄우면 정말 안동식혜의 맛이 날 것 같은데 어머님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야야 니 어예 이래 맛있게 했노?"

라고 하실지

"좀 싱겁다. 생강하고 단 걸 좀 더 넣어라."

라고 하실지....

 

어머님이 만들어주시던 안동식혜,

정확한 레시피도 없이 맛보면서 만든 식혜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을 위해 만든 식혜라고 생각하니 뿌듯하기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