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넘는 시간 방을 비웠네요.
주인 없는 빈 방을 지켜주신 이웃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컴퓨터가 없는 어머님 댁에 내려가서
집수리를 하다보니 글 쓸 기회가 없었지요.
그래서 지난 금요일에
된장 담그는 걸 찍은 사진을 이제야 올립니다.
올해 된장은 이제까지 담던 된장과는 다르게
다시마 된장을 담았어요.
지난 번 어머님 병원에 계실 때
동생네에서 얻어먹었던
다시마 된장이 너무나 달고 맛있어서
이번에 우리도 담아보기로 했거든요.
지난 해 음력 동짓달에 가마솥에 콩을 삶아서
정성들여 만들었던 메주를
거실에 한 달 쯤 매달아 두었더니 바짝 말랐더라고요.
그렇게 바짝 마른 것을 떼어내어
상자에 정월 한 달 동안 담아두었더니
메주 냄새를 풀풀 풍기며 제대로 뜬 것 같네요.
이때 짚으로 만든 굴레도 함께 넣어서 띄워야
메주가 맛있게 뜬답니다.
메주를 갈라봅니다.
어머님 말씀이 메주 속이 이런 색이면 아주 잘 뜬 거라네요.
그렇게 제대로 띄워진 메주는
장 담그기 며칠 전에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서 깨끗하게 씻어주었네요.
겉 부분에 묻은 먼지만 씻어주는
것이기에 솔로 살살 문지르면서
얼른 씻어내야 메주가 불어터지지 않고 좋답니다.
깨끗하게 씻은 메주를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사나흘을 말렸어요.
처음 말린 것처럼 단단할 정도로요.
그렇게 메주를 말려두고
된장 담글 독을 씻어내어
볏짚을 태워 열과 연기로 소독을 했어요.
옛날 어매도 이렇게 소독을 하고 된장을 담았거든요.
물론 소독을 한 후에 독을 한번 더 씻어주어야지요.
된장 담을 소금은 신안 세척 천일염으로 준비했습니다.
우리 어릴 적에는 소금을 씻지 않은 걸 사다 해서
거무튀튀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깨끗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만반의 준비가 된 된장
담그는 날(2월 28일. 음력 1월 29일)이 되었네요.
된장은 정월 장을 담아야 맛있다고 해서
정월 중에서도 손 없는 날인 그믐 날에 담았어요.
또 그날은 된장을을 담그는 날로 좋다는
말날(십이간지)이기도 했고요.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말날이나 소날에 장을 담아야 맛있다고 했거든요.
먼저 우리집 메주는 콩 열 되(15kg)로 만들었기 때문에
물을 큰 찜통으로 두 통 하고도 반 통 정도를 준비했어요.
찜통(열 되) 하나에 소금 두 되를 넣어서
젖지 않고 있었더니 요렇게 계란이 깔아 앉더라고요.
소금을 슬슬 저어서 녹였더니
계란이 이렇게 점점 위로 떠오르더라고요.
만약 소금이 다 녹아도 계란이 뜨지 않으면
소금을 조금씩 더 넣어가면서
계란이 백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물위로 뜰 때 까지
소금을 풀어주었어요.
우리 어머님들이 요렇게 동전이 뜰 정도의 염도가
된장이 맛있는 염도라 옛날부터 써오던 방법이지요.
이때 소금을 풀어놓은 물에 밑에 남은 소금을
알뜰히 녹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소금이 적당량이 들어갔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소금물을 준비해놓고 난 후에
달작지근한 된장을 만들어줄 다시마를 준비합니다.
다시마는 흐르는 물에 살살 문지르면서
표면의 먼지를 씻어내었어요.
다시마의 양은 시중에서 파는
기장다시마 400g 정도를 준비했지요.
그렇게 씻은 다시마는 된장독에
메주와 다시마를 켜켜이 넣어두고 난 후에
맑게 않힌 소금물을 붓습니다.
이렇게 40일 정도를 메주와 함께 제대로 우려내면
달작지근하고 맛있는 된장은 문제가 없을 것 같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장맛을 제대로 마무리해줄 고명들을 준비했지요.
소나무 숯, 고추, 대추를 깨끗하게 씻어 참깨와 함께 준비했지요.
옛날 장 담글 때는
① 장 담글 때 신일(申日)은 피하기
- 신이라는 음(音)이 '시다'는 음과 같아서 신일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시어진다는 생각 때문
② 장 담그는 주부는 사흘간 부정을 타는 일을 하거나 외출 삼가,
개를 꾸짖어도 안되며, 주부는 입을 창호지로 막고 작업을 함
③ 항아리 주위에 금줄을 둘러 부정한 것의 접근을 막았고
덧버선을 걸어 잡신이 장독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버선 속으로 들어가라는 의미
④ 장 속의 붉은 고추 와 숯-
고추(살균 및 잡신의 근접 막음) 숯(먼지 흡착, 장맛이 불같이 일어나라는 의미)
이렇게 가려서 담았지만
저는 위의 사항을 다 지키지는 못하고요.
고명은 더 얹었네요.
고소하고 달달하라고 대추와 참깨도 넣어서 장 담그기를 마무리했어요.
이제 삼월, 장을 뜨는 날까지 푹 익어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지킬 일만 남았네요.
항암효과가 탁월하고 고혈압, 치매예방,
당뇨,간기능 강화, 비만 변비 예방,
골다공증 예방, 심장병과 뇌졸증 예방 등
수많은 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구수하고 달작지근한 맛있는 된장으로요.
옛날 우리 할머니와 그녀의 할머니로 이어지는 된장 담그기,
이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주택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대이다보니
직접 집에서 된장을 담그는 사람은 드뭅니다.
물론 글을 쓰는 저도
'어머님께 얻어다 먹다가 어머님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만
이렇게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된장도 스스로 담게 됩니다.
일 년 동안 거둔 콩으로 메주를 쑤고,
그 메주를 바짝 말려서 다시 뜨거운 아랫목에서 띄우고
그 띄운 메주로 된장을 담고도 4
0일 동안을 우려내어 간장과 된장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전통음식은
느림의 미학이 숨어있는 음식입니다.
모두가 바쁘다고 느리게 가는 것을 꺼려하지만
전원생활은 이런 느리게 걷는 세상을
실천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제가 이곳에서 생활을 할 지 모르지만
이렇게 느릿느릿 세상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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