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주인 잘못 만나 온 몸이 짤리네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7. 21. 05:43

 

 

 

 지난 5월 말경에 심은 메주콩이 자라 제 허리까지 오네요.

처음 콩 농사를 지어보는 우리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흐뭇하게 바라보았지요.

그런데 농사를 짓는 형부가 오시더니만

저렇게 웃자라면 콩이 열리지 않으니 콩 순을 쳐주라고 하네요.

그래서 형부가 가신 어제 오전에 두어 시간 콩순을 열심히 땄지요.

 

 

 

 

 

 

 

콩순 따는 것도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더라고요.

우거진 콩 가지를 헤쳐가면서 따자니 허리도 아프고

무더운 날씨에 땀은 비 오듯 하더라고요.

그래도 꾹 참고 다 따고 허리를 펴서 콩 밭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지요.

 

 

 

 

 

그 때 마침 우리 밭 옆을 지나가시던 지팡이 짚으신  동네 할머니께서

"아줌마 잘 만났네.

내가 아줌마네 콩을 보면 걱정이 돼.

그렇게 그냥 두면 콩을 먹을 수가 없어.

그러니 콩 순을 그렇게 약하게 따서는 안 돼

낫으로 윗부분을 싹둑 잘라.

그래야 콩을 먹을 수 있어."

고 하시네요.

"할매요 참말로 그렇게 해야 콩이 달려요?"

"그래 얼른 이렇게 붙잡고 잘라."

하시면서 베는 포즈까지 취하시는 걸 보고 맞는 말인 것 같아

얼른 낫을 가져다가 윗부분을 베기 시작했지요. 

 

 

 

 

 

 

 

농사 짓는 집에서 자라지 않아

물론 농사에 대해서는 저보다 한 수 아래인 남편은

"아깝다. 그랬다가 잘못되면 어쩔라고 그래?

그냥두자."

고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할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콩잎이 너무 무성해서 그 그늘에서는 콩 꽃이 도저히 필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말리는 남편에게

"당신은 다른 일 하소. 내가 자를 테니."

라며 낫을 가지고 윗부분을 잘랐네요.

 

 

 

 

 

 

 

그러나 콩밭의 모든 콩을 다 윗부분을 자른 것은 아니고

늦게 자라 조금 덜 무성한 것 반 정도는 그냥 두었지요.

그래야 어떤 것이 더 잘되는지를 보고 내년 콩 농사를 지으려고요.

 

 

 

 

그렇게 위 부분을 잘랐더니 보기에 시원하기는 한데

온 몸이 잘린 것을 보니 애처롭기도 하네요.

 

 

 

 

두 번이나 콩 순 자르기를 하고나서

우리 콩이 왜 이렇게 웃자랐는지 생각해보았네요.

'평생 농사를 짓고 있는 집안 아지매가 콩은 6월 중순 경에 심으라고 했지요.

그런데 얼른 콩을 심어 빨리 자라게 해서 많이 따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5월 말 경에 심은 게 첫 번째 이유인 것 같고요.  

두 번째 이유는 콩은 거름을 주지 않는다는데

우리 밭에는 작년에 소 분뇨를 많이 주었던 것이더라고요.'

 

모든 곡식은 적당한 절기에 심어서 거두고

적당한 거름이 중요하다.

그런데 두 가지를 다 어겼으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네요.

우리 집 텃밭농사 중에서 콩 농사가 제일 많은데요.

주인 잘못 만나 콩만 수난을 겪게 했으니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인 올해의 콩 농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