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자네가 하늘나라로 간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믿을 수 없어 다시 한 번 자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네.
역시 대답이 없는 자네의 폰에서는
평소의 자네의 모습을 닮은 아름다운 산새소리와 맑은 물소리만 가득하네.
그렇게 갑자기 가다니...
하기는 우리의 인연이 어느 결에 만나게 된 우연이었으니
먼 길 가는 길에서도
"나 먼저 간다.
다음에 만나자."
는 간단한 인사 한 마디도 없이 간 자네에게
"왜 그랬냐고?
좀 더 있다가 갔어도 되잖아"
며 다그칠 수도 없는 인연이지....
지난 달 말 갑작스러운 자네의 부음을 듣고
자네와 친했던 친구들 몇몇이 황급히 달려간 자네의 빈소에는
싱긋이 웃는 모습의 자네의 영정과는 반대로
많은 조화는 하나같이 힘이 없어 보여 더 슬펐다네.
결혼도 하지 않은 자네의 분신인 외아들과
아직은 젊은 자네 부인의 검은 옷은 왜 그렇게 슬퍼보이던지..
그런 슬픈 모습을 먼 길 가는 자네는 생각이나 했을지 모르겠네.
또 자네가 휴가를 내어 간병하던 아버님과 어머님,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는데 ....
그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가시는 노년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까 싶어
우린 눈앞이 깜깜했다네.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에서
싱겁기 그지 없는 친구가 한 마디 하더군
"○○이 우리한테 큰절 받고 싶어서 먼저갔나?"
라고 말이야.
농담이지만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우리 모두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네.
그렇게 자네를 잠깐 보고 돌아왔지만
도저히 자네가 간 걸 믿을 수 없는 나의 지난 일주일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 '초혼' 을 절절히 느끼는 시간이었다네.
평생 참된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려고 애 쓰던 친구!
이런 밝은 얼굴의 아이들을 어찌 잊고 이렇게 훌쩍 갔단 말인가!
더 많은 아이들의 얼굴에 이런 함박 웃음 활짝 피게 하려던 그 꿈은 어떻게 하고....
사색하는 여행을 좋아했던 친구
시간 날 때마다 국내, 외를 다니면서 찍은 수많은 사진과 글은
자네의 블로그에서 아직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자넨 그 높은 곳에서 그들이 기다리는 걸 알고는 있는가?
주인 없는 블로그를 찾아
'이 좋은 글 한 권 책으로라도 남겼으면 좋겠다.'
는 이야기를 했더니만
자네 친구 분이
"생전에 블로그 글을 가지고 퇴임을 맞을 때
문집 한 권 내는 게 꿈이었다."
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유족들과 힘을 합쳐서 책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는 말을 했다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더니 역시 좋은 사람인 자네의 친구 또한 좋은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네.
그래서 나도
"책 출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
고 말했다네.
먼저 간 사람에게 이런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제주도 여행에서 사다준
김영갑 사진가의 책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가 내 사진방에 아직 고요하게 숨 쉬고 있는데
정작 그걸 선물한 자네의 이름을 다시는 부를 수도 없으니
이런 일이라도 함께 하고 싶을 뿐이라네.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촌 아지매에게
블로그 개설에서 부터 운영방법까지 가르쳐준 친구,
나는 여기 아직 그대로 있는데
자네는 그 먼 곳에 있으니 ....
안타까운 마음에 자네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네.
김삿갓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좋아해서 자기 몸 챙기는 걸 게을리했던 친구
병원에 간지 2개월여 만에 홀연히 먼저 떠난 친구
그 힘 든 과정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 가슴이 미어지네.
2개월 간의 짧은 투병생활은
자네도 생각못한 힘든 마지막 길이었겠지.
그런 힘든 길에서
삶을 차분하게 돌아볼 시간이나마 있었는지 묻고 싶네.
그렇지 못했다면 다시 한 번 큰절 올리며 기도하네.
'다음 생애에서는
자네의 삶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삶이길 .....
또 우리와도 이승에서처럼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
오래도록 자네 이름 부르며 살 수 있게 해주게'
친구
자네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내 삶의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네.
이제부터 앞만 보고 바쁘게 걸어가는 삶을 좀 자제해야겠네.
언제 마감할지 모르는 삶
조금 여유롭게 뒤도 돌아보며 천천히 걸어가야겠네.
자네를 만날 그날까지.....
(이 글에 있는 사진은 고인의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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