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8. 5. 05:56

 

 

 

 

 

 

친구!

자네가 하늘나라로 간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믿을 수 없어 다시 한 번 자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네.

역시 대답이 없는 자네의 폰에서는

평소의  자네의 모습을 닮은 아름다운 산새소리와 맑은 물소리만 가득하네.

 

 

 

 

 

 

 

 

그렇게 갑자기 가다니...

하기는 우리의 인연이 어느 결에 만나게 된 우연이었으니

먼 길 가는 길에서도 

"나 먼저 간다.

다음에 만나자."

는 간단한 인사 한 마디도 없이 간 자네에게

"왜 그랬냐고?

좀 더 있다가 갔어도 되잖아"

며 다그칠 수도 없는 인연이지....

 

 

 

 

 

 

 

 

지난 달 말 갑작스러운 자네의 부음을 듣고

자네와 친했던 친구들 몇몇이 황급히 달려간 자네의 빈소에는

싱긋이 웃는 모습의 자네의 영정과는 반대로

많은 조화는 하나같이 힘이 없어 보여 더 슬펐다네.

 

 

 

 

 

 

 

 

 

 결혼도 하지 않은 자네의 분신인 외아들과

아직은 젊은 자네 부인의 검은 옷은 왜 그렇게 슬퍼보이던지..

그런 슬픈 모습을 먼 길 가는 자네는 생각이나 했을지 모르겠네.

또 자네가 휴가를 내어 간병하던 아버님과 어머님,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는데 ....

그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가시는 노년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까 싶어

우린 눈앞이 깜깜했다네.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에서

싱겁기 그지 없는 친구가 한 마디 하더군

"○○이 우리한테 큰절 받고 싶어서 먼저갔나?"

라고 말이야.

농담이지만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우리 모두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네.

 

 

 

 

 

 

 

 

그렇게 자네를 잠깐 보고 돌아왔지만

도저히 자네가 간 걸 믿을 수 없는 나의 지난 일주일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 '초혼' 을 절절히 느끼는 시간이었다네.

 

 

 

 

 

 

 

 

평생 참된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려고 애 쓰던 친구!

이런 밝은 얼굴의 아이들을 어찌 잊고 이렇게 훌쩍 갔단 말인가!

더 많은 아이들의 얼굴에 이런 함박 웃음 활짝 피게 하려던 그 꿈은 어떻게 하고....

 

 

 

 

 

 

 

 

사색하는 여행을 좋아했던 친구

시간 날 때마다 국내, 외를 다니면서 찍은 수많은 사진과 글은

자네의 블로그에서 아직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자넨 그 높은 곳에서 그들이 기다리는 걸 알고는 있는가?

 

 

 

 

 

 

주인 없는 블로그를 찾아

'이 좋은 글 한 권 책으로라도 남겼으면 좋겠다.'

는 이야기를 했더니만

자네 친구 분이

"생전에 블로그 글을 가지고 퇴임을 맞을 때

문집 한 권 내는 게 꿈이었다."

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유족들과 힘을 합쳐서 책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는 말을 했다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더니 역시 좋은 사람인 자네의 친구 또한 좋은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네.

그래서 나도

"책 출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

고 말했다네.

 

 

 

 

 

 

 

 

먼저 간 사람에게 이런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제주도 여행에서 사다준

김영갑 사진가의 책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가 내 사진방에 아직 고요하게 숨 쉬고  있는데

정작 그걸 선물한 자네의 이름을 다시는 부를 수도 없으니

이런 일이라도 함께 하고 싶을 뿐이라네.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촌 아지매에게

블로그 개설에서 부터 운영방법까지 가르쳐준 친구,

나는 여기 아직 그대로 있는데

자네는 그 먼 곳에 있으니 ....

안타까운 마음에 자네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네.

 

 

 

 

 

 

 

 

 

김삿갓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좋아해서 자기 몸 챙기는 걸 게을리했던 친구

병원에 간지 2개월여 만에 홀연히 먼저 떠난 친구

그 힘 든 과정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 가슴이 미어지네.

 

 

 

 

 

 

 

2개월 간의 짧은 투병생활은

자네도 생각못한 힘든 마지막 길이었겠지.

그런 힘든 길에서

삶을 차분하게 돌아볼 시간이나마 있었는지 묻고 싶네.

그렇지 못했다면 다시 한 번 큰절 올리며 기도하네.

'다음 생애에서는

자네의 삶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삶이길 .....

또 우리와도 이승에서처럼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

오래도록 자네 이름 부르며 살 수 있게 해주게'

 

 

 

 

 

친구

자네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내 삶의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네.

이제부터 앞만 보고 바쁘게 걸어가는  삶을 좀 자제해야겠네.

언제 마감할지 모르는 삶

조금 여유롭게 뒤도 돌아보며 천천히 걸어가야겠네.

자네를 만날 그날까지.....

 

 

 

(이 글에 있는 사진은 고인의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