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추석, 힘들었지만 조상과 아랫대가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9. 12. 06:01

 

 

 

우리집 추석연휴는 어제야 끝났다.

온전히 우리 내외만 남은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벌초를 갔던 남편이 어머님을 모시고 올라오고

토요일에 막내와 시누이까지 오면서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됐다.

그렇게 시작한 추석연휴는 월요일에 추석차례를 올리고 나서 

오후에 시누이네 가족과 아들. 큰딸가족이 오면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삼대독자인 집안이라 이런 북적거림은 힘들어도 기분이 좋다.

하룻밤을 묵은 시누이네 가족이 화요일에 돌아가고

수요일에는 큰딸네와 아들이 돌아갔다.

그리고 어제 어머님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시고

오후에 막내가 가고 나자 온전히 우리의 추석연휴(?)는 끝이 났다.

조상과 아랫대가 함께하는 추석,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조상을 추억하고

술상을 마주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다질까 싶다.

 

 

 

 

정성들여 송편을 빚고

안동지방에서 제사상에 꼭 올리는 돔배기외 소고기 산적을 만들면서

돔배기를 너무 좋아하셨던 아버님 이야기로 피로를 덜었고.

 나물은 볶거나 무칠 때는

"여름 제사나물은 짭쪼름해야 제 맛."

이라는 손부사랑이 극진했던 시할머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아서 좋았다.

 

 

 

 

 

음식은 차례상에 가득하지만

아들이 삼대독자인 우리 집은 명절이면 제관이 귀하다.

이번 추석도 예외가 아니다.

아들이 명절이면 더 바쁜 직장에 다니다보니 오후에야 집에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관은 남편 혼자다.

그러다보니 잔에 술을 따르고 올리는 몫은 막내딸과 내 몫이다.

 

 

 

 

 

그래서 시누이네나 딸네가 오면 기분이 좋다.

이번에도 추석날 오후에 모두 우리 집에 왔다.

차례준비로 바쁘고 피로하지만

명절에 우리 집을 찾는 혈육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늦은 밤까지 술상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도 좋고

외손녀와 집 뒷산에서 도토리와 밤을 줍는 것도 즐겁다.

이런 날이 아니면 도회지에서 살고있는 외손녀가 도토리가 어떻게 생겼고

밤을 어디서 줍는지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이런 날들도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어머님 연세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시누이네가 명절에 우리 집에 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가족 속에서 자라 고요한 명절보다는 북적거림이 있는 명절이 훨씬 좋은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이런 명절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