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노을 붉게 타는 날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0. 13. 07:33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며칠 동안 집을 비워놓았으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다.

먼저 닭 모이부터 주고 나서

고추장 담글 준비도 하고

어머님댁에서 가지고 온 열무로 김치 담글 준비도 하고

며칠 새 진한 갈색으로 말라있는 들깨도 턴다.

정신없이 일을 하는데 벌써 해가 뉘엿거린다.

어둡기 전에 뒷밭에 있는 붉은 고추를 따다 놓으려고 문을 열고 나서는데

붉은 기운이 확 느껴진다.

'뭘까?'

하고 하늘을 쳐다보니 붉게 타는 저녁노을이다.

얼른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노을 붉게 타는 저녁 무렵을 좋아했던 친구를 생각하며

서정윤 시인의 시를 되뇌인다.

 

 

 

 

 

 

 

 

 

 

 

 

 

 

 

 

 

 

 

 

 

 

노을

 

             서정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