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강상면을 거쳐 가는 길이고
하나는 개군면을 거쳐 가는 길이다.
개군면으로 가는 길을 가다보면
개군면을 막 지나서 '산수유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따라 가보고 싶은 마음이 그 길을 지나 갈 때면 불쑥 불쑥 나고는 했지만
늘 일이 있어 양평을 가는 길이라 언제나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두었던 그곳 개군면 주읍리 '산수유마을'을 어제 다녀왔다.
산수유 붉게 익어가는 그곳은
어느 골목을 돌아가도 산수유와 함께 사람 사는 향기로 가득했다.
양평군 개군면 주읍리는 멀리 주읍산을 배경으로 남향으로 참하게 앉아있는 마을이다.
앉기만 참하게 앉아있는 마을이 아니라 양 옆으로도 주읍산 자락으로 둘러싸여 포근하기까지 하다.
그런 아늑하고 참한 동네 주읍리는 지금 산수유가 한참 붉게 익었다.
주민들의 말로는 올해는 산수유가 적게 달렸다고 하는데도.
어느 골목 어느 집 담 밖에도 산수유가 붉다.
며칠 추운 뒤의 포근한 오후라 그 붉은 물은 그냥 뚝뚝 떨어질 것 같다.
그런 풍경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훈훈하다.
요즈음 보기 드문 가족이 모여서 김장을 하는 모습이나
함께 들일을 하는 모습이 그렇다.
혹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도 사람의 향기가 있다.
빨래와 메주를 달아놓은 모습과
농기계를 가지런히 정리한 풍경이 그렇고,
김장을 한 다라이를 깨끗하게 씻어 놓은 모습과
깔끔하게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그렇다.
오래된 산수유와 오래된 마을이 함께하는 산수유마을,
꽃 피는 철에 가지 않은 걸 안타까워했지만
열매 붉은 날에 가도 너무 좋다.
양평에서 하루에 버스가 세 번을 다닌다고 하니
이곳을 떠나 서울에 살더라도 기차를 타고 한 번씩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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