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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고향 장터를 느낄 수 있는 이천 관고전통시장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2. 8. 07:00

 

어제는 이천 관고전통시장을 다녀왔습니다.

(관고오일장은 2일과 7일)

기나긴 겨울을 심심찮게 보낼 주전부리를 만들러 갔었지요.

올해 수확을 제법 많이 한 서리태 콩을

주전부리로 만들려고  뻥튀기를 하러 갔었지요.

그런데 뻥튀기 하는 곳은

저처럼 콩이나 옥수수, 쌀, 떡국 등 주전부리를 만들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제는 도저히 튀겨 줄 수 없답니다.

장날에만 영업을 하는 장돌뱅이 뻥튀기 장수라 그렇답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들고 오려니 너무 섭섭하여 시장을 한 바퀴 휘 돌아보고 왔습니다.

잠깐 돌아본 관고전통시장은 여전히 고향 장터를 돌아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튀기는 방법은 조금 변했지만

뻥튀기를 할 먹거리들을 담아두는 기구만큼 세월을 그대로 이고 있는 것은 참 드물겁니다.

제 어릴 적에도 겨울이면 가끔씩 뻥튀기 장수가 동네에 와서 뻥튀기를 했지요.

그 때도 요 깡통은 꼭 이만한 크기에 이런 모양이었거든요.

다른 점이 있다면 통이 좀 더 찌그러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지만요.

 

 

 

 

 

그때의 기계와 비슷한 기계에다 비슷한 소리로 뻥튀기를 튀겨내는 것이지만 

그 소리에 저는 더 이상 놀라지 않습니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제 가슴과 귀는

이제 왠만히 무서운 것에는 꿈쩍도 안하는 간 큰 아줌마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 소리가 나든지 말든지 셔터 누르기에 바쁜 아줌마가요.

 

 

 

 

 

저 많은 깡통의 주인들은 대부분 장을 보러 갔겠지만

벌써 장을 보고 온 장꾼들은 숯불화로 가에 모였습니다.

예전 제가 어릴 적에도 뻥튀기 하는 주변에는 꼭 이렇게 사람들이 모였었거든요.

그 때는 숯불이 아니고 장작불을 피운 주변이지요.

그 곳은 늘 동네의 소식이 오고가던 곳이었지요. 

그러나 오늘의 화롯가의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낯선 사람들이기 때문인 것 같네요.

 

뻥튀기는 못하고 잠시 옛날 생각에 젖었다가 시장으로 들어가봅니다.

 

 

 

 

 

무조건 한 봉지에 천 원을 한다는 사탕을 파는 트럭 옆에서

늦은 점심을 드신 분들이 있습니다.

두꺼운 파카에 모자까지 눌러썼지만 춥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제가 부끄럽네요.

이래서 장 구경을 한 번씩 다녀야한다니까요.

 

 

 

 

아직 김장철이 끝나지 않았는지 고추를 파는 곳이 많습니다.

모든 고추가 얼마나 좋던지,

색이며 모양이 나무랄 곳이 없더라고요.

 

 

 

 

계피를 장판에서 맷돌로 직접 갈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예전 어매는 김장에 꼭 이 계피가루를 넣었었는데

시집을 와서 시댁가풍을 따르다보니 계피는 쓰지 않고 있네요.

내년에는 이 계피를 사다가 김치를 한 통 쯤은 해보고 싶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과 빵, 꼬치와 어묵

영하의 날씨에 으스스한 한기를 느끼는 장꾼들시선을 붙잡네요.

그 먹음직스러움에 반해 저도 녹차호떡 하나를 사먹었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이제 반찬을 사먹는 사람들이 이런 작은 도시에도 많은 모양입니다.

시장에 반찬가게가 몇 군데나 있더라고요.

안동에서는 밑반찬을 파는 가게는 봤지만 이렇게 육개장까지 파는 가게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서울이 가까워서 도시화가 좀 더 빨리 되는 모양입니다.

 

 

 

 

 

관고시장에서는 참 별 것도 다 팝니다.

이게 뭐냐 하면은요.

제 어릴 적에 겨울 밤 달짝지근한 간식이었던 배추뿌리랍니다.

이 배추뿌리를 사다가 살살 골려서 깎아먹고 싶은데

다른 장을 본 것이 많아 다음에 사다먹어 봐야겠어요.

 

 

 

 

옹기 항아리에 담긴 된장과 고추장, 집장도 팝니다.

어디에서 만들어가지고 왔는지는 몰라도 모양은 아주 맛나 보입니다.

 

 

 

 

산수유의 고장 답게 붉은 산수유도 많고 귀한 약용식물도 많습니다.

하수오와 영지, 상황버섯이 아주 제대로 익어

약효가 아주 뛰어날 것만 같습니다.

 

 

 

 

시장에서 먹는 손칼국수도 맛이 좋습니다.

요즈음 같이 추운 날에는 뜨끈한 국물 있는 음식이면

아침부터 장에 오신 어르신들 속 채우기에는 최고지요.

 

 

 

 

시장을 한 바퀴 돌아서 나오는 길은 어르신들이 노점상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집에서 키운 곡식이나 채소들을 가지고 나오셔서 파는 곳이지요.

이천 관고전통시장에서 가장 고향 장터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기도 하고요.

 

 

 

 

 

 곡식을 사는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이 에서 파는 곡식이 특별한 맛이 있어서도 겠지만

저렇게 작은 바구니로 물건을 파는 그런 정겨움에 끌려서도 이겠지요. 

 

 

 

 

이런 작은 들기름 병은 참 정겹습니다.

마치 고향 길에 어머니가 짜주던 기름 같잖아요.

이런 기름 한 병 사가지고 가시는 분들은

고향의 추억을 들고 가는 기분일 것 같네요.

 

 

 

 

 

이건 청국장입니다.

마트에 반듯하게 포장한 것보다 훨씬 맛있어 보이네요.

군불 뗀 방에서 사흘을 띄운 청국장이라는 할머니,

모양도 참 예쁘게 만들었네요.

 

 

 

 

이천 관고전통시장,

추운 겨울에도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직접 썬 무말랭이를 파시는 할머니와

그저 환하게 웃으시면서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더 고향 장터 같습니다.

 

 

 

 

 

그런 이천 관고전통시장에서 저도 모처럼 고향 장터의 향기를 느끼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