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오도독 씹는 맛이 일품인 달콤한 곤짠지(무말랭이 김치) 만들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2. 10. 07:00

 

 

 

올해도 어김없이 어머님표 무로 곤짠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경상도 지방에서는 무말랭이를 곤짠지라고 하지요.

'무를 골려서 만든 짠지' 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지요.

경상도에서는 김치를 짠지라고 하거든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어른 손 두 개 붙인 정도의 크기인

어머님표 무는 야무지고 달아서

곤짠지를 만들기에는 최고의 무지요.

어머님의 무를 이곳으로 가지고 와서

약간 도톰하게 썰어서 햇살 좋은 날 살살 얼려가면서 말렸더니

쫄깃 쫄깃하고 달짝지근하게 아주 맛나게 말랐네요.

그 말린 무로  곤짠지를 만들었습니다.

버무리면서 먹어보았더니

 아삭하게 씹히는 맛도 일품이고 달콤한 맛도 일품인 곤짠지가 될 것 같네요.

 

 

 

지난 번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머님의 텃밭에서 기른 무를 뽑았습니다.

어머님은 무에 비료 한 번 주지 않으시고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길러냈지요,

살림을 하시면서 나오는 음식물을 비롯한 생활 쓰레기를 일 년을 모아

거름을 만들어서 주어 길렀지요.

그래서 그런지 무가 크지는 않지만 야무지고 아주 달지요.

올해도 예외가 아니게 무는 고만고만한 크기로 잘 자랐네요.

 

 

 

 

 

일단 무를 뽑아 마당으로 옮겨놓고 선별을 했습니다.

반듯하고 크기가 좀 큰 것은 잎을 달아두었지요.

어머님이 기른 것이니 주변에 사실 분들이 계시면 팔아서

경로당에서 하시는 놀이인 화투 밑천으로 쓰시라고요.

그리고 저기 멀리 보이는 저 작은 것들은 우리 집에 가지고 왔지요.

곤짠지를 만들기 위해서지요.

저기 보이는 20kg 짜리 쌀포대 다섯 개를 가지고 왔지요.

 

 

 

 

날 맑은 날 마당 수돗가에서 무를 수세미로 깨끗하게 씻었지요.

한꺼번에 다 말릴 수가 없어서 일단 두 포대씩 나눠서 씻었지요.

무를 씻기 전에 먼저 널어 말릴 그물망을 씻어서 말렸지요.

양이 많으니 작은 보자기에는 어림도 없겠더라고요.

 

 

 

씻은 무에 물이 빠지고 그물망이 다 말랐을 저녁 무렵에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지요.

그리고 그물망을 깔고 그 위에 무를 썰어 널었지요.

무를 썰 때 흠이 있거나 어설픈 부분은 잘라내고

또 모서리 부분의 작은 것들도 골라냈지요.

같은 두께와 크기로 썬다고 했는데도 널어놓고 보니 똑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큰 것은 골라서 다시 고르게 잘랐지요.

그렇게 가지런히 해서 밤새 널어놓았더니 물기가 제법 많이 걷혔더라고요.

그렇다고 실내에서만 말리면 맛이 없지요.

 

 

 

 

낮이 되면 좀 쌀쌀하다 싶어도 마당에 내다가 말렸지요.

이렇게 맑은 날 살살 얼려가면서 말려야 아삭하고 달콤하게 마르거든요.

너무 더운 곳에서 빨리 말리면 맛이 없고요.

곤짠지란 말처럼 무를 살살 골려가면서 말려야 제대로 된 곤짠지의 맛이 나거든요.

 

 

 

 

그렇게 저녁에는 실내에서

낮에는 밖에서 오 일쯤을  말렸더니 이렇게 예쁘게 말랐네요.

보기에도 건조기에 말린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노리끼리하게 말라야 제대로 맛있게 말린 것이지요.

무를 제대로 말리는 것이 맛있는 곤짠지를 만드는 비법 중 하나지요.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달콤하니 너무 맛있더라고요.

얼마나 달달하게 잘 말랐으면 손으로 만지니 손이 끈적하더라고요.

 

 

 

 

곤짠지를 만들려면 말린 무를 깨끗하게 씻어야지요.

우리 집에서 곤짠지에 꼭 넣는 고춧잎 말린 것도요.

무는 세 번 정도를 얼른 씻어서 채반에 건져내어 불렸지요.

물에 오래 담가두면 단맛이 빠지거든요.

고춧잎은 미지근물에 한 시간 정도를 불렸다가 씻었지요.

 

 

 

 

요렇게 씻어서 한 시간 정도를 불렸다가 양념을 버무렸습니다.

 

 

 

 

양념으로는

멸치와 다시마 육수에 끓여낸 찹쌀죽,

의성 쌀 조청,

의성 육 쪽 마늘,

메주콩물,

영주 생강,

형부네 배즙,

집에서 키운 태양초 고추가루,

까나리 액젓입니다.

 

 

 

 

다른 양념은 일반적인 것들이지만

우리 집에서 특별히 넣은 이 국물은 메주콩물입니다.

이 메주콩물은 경상도 안동 지방에서는 꼭 곤짠지에 넣는 양념이지요.

메주를 쑤고 나면 솥 밑에 남아있는 국물이지요.

 이 메주콩물을 넣으면

곤짠지의 맛이 고소하면서 깊은 단 맛을 내지요.

 

 

 

갖은 양념에 버무린 모습입니다.

간은 까나리액젓으로만 하였습니다.

어차피 물이 잘박해야하니 따로 소금 간을 할 필요가 없어서요.

양념에 버무렸다고 바로 용기에 담으면 안 됩니다.

무가 물기를 완전히 빨아 먹고 나서 넣어야합니다.

너무 일찍 담다보면 곤짠지에 물기가 부족할 수가 있거든요.

 

 

 

두 시간 쯤 지나서 용기에 담았습니다.

이 번에 한 것이 위에 것이고

지난 번 김장 할 때 한 것이 아래 것입니다.

우리 내외는 한 통이나 먹을까 별로 먹지 않는데도

이렇게 많이 한 것은 나눠 주기 위해서지요.

어머님표 무로 담근 곤짜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올해는 이렇게 풍성하게 곤짠지를 담아서 나눠줄 수가 있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내년에는 어머님이 텃밭 농사를 하지 않으신다고 하시거든요.

이제 기력이 부쳐서 하시기 어렵답니다.

연세 드셔도 텃밭 농사를 지으시는 게 힘은 드셨겠지만

건강하시다는 증거라 우리는 괜찮았지요.

그런데 이제 그 기력도 없으시다니 그저 짠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