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혼자 한 김장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1. 20. 07:00

 

 

 

이제까지는 김장을 어머님댁에서 담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했어요.

나이 이렇게 먹도록 혼자 한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지요.

아직 어머님이 건강하시니 어머님이 주관하시고 저는 일만했지만

작년에는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혼자 하고

올해는 우리 집에서 배추를 키우다보니 혼자 하게 되었네요.

이제까지 어머님께 배운 방식대로 혼자 하기는 했지만

버무릴 때는 맛있는 것 같은데

익었을 때는 맛있을 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큰일을 해낸다는 뿌듯함에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열심히 했네요. 

 

 

 

배추 장만하기

 

왼 쪽 무더기는 과수원을 하시는 형부가 갖다 주신 엄청스럽게 포기가 큰 배추고요.

오른 쪽은 우리가 키운 배추네요.

형부가 주신 배추 20포기와 우리가 키운 50포기의 부피가 비슷한 걸 보면 아시겠지요?

우리 배추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을요.

 

 

이건 우리 배추랍니다.

불암3호가 맛있다고 해서 심었더니 색깔은 아주 예쁘네요.

그런데  집 뒷밭에 심었더니 수분은 많고 햇볕은 잘 들지 않은 곳이라

일찍 사다 심었는데도 이렇게 포기가 작네요.

또 배추가 단단하지도 않고 아주 연해서 만지기만 해도 부러지네요.

물론 맛도 심심하고요.

씨도 중요하지만 토양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네요.

그래서 해가 날 때 하루를 말렸지요.

수분이 걷히면 좀 달작지근해지라고요.

 

 

 

 

배추 절이기

 

그렇게 우리 배추를 말려놓고 형부가 주신 배추를 먼저 절였네요.

절임 소금은 신안의 굵은 천일염을 썼지요.

봄에 사다놓은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이 한 포대 있지만 아직 쓴맛이 나서 이렇게 또 구입했지요.

우리 집은 밖은 추워서 절임은 목욕탕에서 했어요.

큰 다라이에 뜨끈한 물을 받아서 소금을 녹인 후에 배추를 일단 담궜지요.

그렇게 담궈서 숨이 좀 죽었다 싶을 때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려 큰 고무통에 담았지요.

 

그렇게 오전에 두툼한 형부네 배추를 먼저 절이고 오후에 우리 배추를 절였네요.

절여놓은 배추는 두 시간마다 아래 위를 뒤집으면서 골고루 절여지게 했답니다.

그렇게 뒤적여가면서 8시간 을 절이니 거의 절여졌더라고요.

먼저 절여진 배추부터  씻어서 채반에 건져놓았어요.

좀 덜 절여졌다 싶은 것은 두었다가 늦게 씻고요.

배추를 다 씻고나니  밤11시가 되었더라고요.

아침까지 물이 빠지게 놓아두고 양념을 준비했지요.

 

 

 

 

양념 장만하기

아침 일찍 멸치와 다시마 육수를 내어서 찹쌀 죽을 끓였지요.

죽이 완전히 식어야 양념을 풀 수 있거든요.

준비한 양념은 찹쌀죽, 새우젓, 까나리액젓, 고추가루, 마늘, 생강, 청각입니다.

고추가루도 어머님과 제가 기른 고추로 만들었지요.

마늘은 물론 의성 육 쪽 마늘이고 생강도 어머님이 화분에다 기른 것이지요.

텃밭 농사를 지으니 이런 때 좋네요.

농약 안 친 농작물을 먹을 수 있잖아요.

 

먼저 찹쌀죽에 고추가루, 까나리 액젓과 새우를 넣어 버무렸지요.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버무려졌다 싶으면 배즙과 꿀을 넣고 

골고루 섞다가 우리 집 특별한 재료 청각을 잘게 썰어 넣었지요.

배즙은 설탕 대신에 단맛을 내기 위해서이고

꿀은 단맛도 나게 하지만 배추가 무르는 것을 막아준다고 해서  넣었어요.

청각은 우리 어머님이 꼭 넣으시는 재료지요.

어머님은 이걸 넣어야 바다 향이 솔솔 나서 좋다고 하시거든요.

그렇게 골고루 버무려 양념이 완성 되었지요.

이 때 양념은 되직하게 해둬야 합니다.

나중에 속을 넣을 야채를 버무리면 묽어지거든요.

이때 소금 간은 전혀하지 않았어요.

새우젓과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추었거든요.

 

 

 

 

속 버무리기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김장 속을 넣은 재료로는 집에서 기른 쪽파와 갓, 미나리를 준비했지요.

야채는 잘라 어제 만들어 두었던 양념 버무린 것과 섞어 놓았지요.

그리고 무는 긴 깍둑썰기로 썰어서 소금에 절였지요.

어머님은 무를 채를 치지 않고 이렇게 해서 항아리에 넣을 때 배추 한 켜 넣은 후에

이 무도 양념에 버무려 넣어서 시원한 맛을 나게 했지요. 

 

 

 

 

버무리기

 

양념반죽이 준비되고 이제 버무리기를 시작합니다.

배추도 전 날 저녁에 씻어놓아서 물이 쭉 빠졌더라고요.

양념도 되직하니 물이 많이 날 것 같지는 않네요.

어머님은 김치에 물이 많이 생기면 양념도 씻기고 맛이 없다고 하셨거든요.

버무리기를 할 때 줄기부분에만 양념을 바르고 잎 부분에는 거의 바르지 않는답니다.

먹을 때 고추가루가 범벅인 게 싫어서지요.

그리고 절여놓았던 무를 이렇게 중간주간에 버무려 넣었어요.

이 무가 김치가 시원한 맛이 나게 한다고 어머님은 늘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때 미리 먹을 김치는 속을 넣은 양념으로 버무리고

땅에 묻는 김치는 속이 안들어간 걸로 했지요.

 

 

 

 

 

보관하기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김장이 마무리 되면 마지막으로 씻을 때 덜어진 부스러기를 가지고

버무리던 그릇에 묻은 양념을 닦아서 양념에 버무립니다.

그 버무린 것을 김장 독  위에 덮습니다.

어머님은 꼭 이렇게 덮개를 덮더라고요.

이 덮개를 덮어야 김장이 색도 변하지 않고

양념 맛도 덜 날아간다고 하시면서요.

이 번 김장은 배추가 두 가지라 포기가

큰 배추는 집 뒤에 있는 김치광에 묻어놓은 통에 넣기로 했네요.

왜 그곳에 넣느냐고요?

전에 사시던 분이 이 김치광의 김치를 아직까지 넣어두고 먹는데

김치냉장고에서 익은 맛과는 아주 다른 특별한 맛이라고 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포기가 작은 우리 배추는 뒷밭에 항아리를 묻고 넣어뒀다가

내년 봄에 내어 먹으려고 하네요.

항이리를 흙으로 덮어 놓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