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오래 두고 먹기에 좋은 도토리 가루 만들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0. 30. 06:54

 

 

 

산 아래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대문만 벗어나면 참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도토리나무가 지천입니다.

그렇다보니 열매 풍성한 올가을은 도토리도 끝없이 떨어졌지요.

추석 전부터 시작해서 한 달은 주운 것 같네요.

멀리 가지 않아도 담 밖에 가득하니 아까워서 그냥 둘 수 없겠더라고요.

묵을 쒀 친척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줬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주운 도토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이웃인 참외밭 할머니께 물었더니 도토리로 앙금을 내어 가루로 보관하면

6, 7년을 보관해도 벌레가 생기지 않으니 그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할머니께 배운 방법으로

도토리 가루 만들기에 도전해 본 것을 올려봅니다.

 

 

 

 

도토리는 떨어지면 바로 벌레가 먹기 시작하기 때문에

껍질이 반질거리는 것만 주워서 바로 물에 담급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어 물기가 마르면 껍질을 까서 말립니다.

이 때 많은 양의 껍질을 까는 것이 힘이 듭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방법으로

시멘트 위에 깔아놓고 블럭을 얹어 이리 저리 밀어서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었지요.

더운 날에는 앙금을 만들기가 어려우므로

줍는 대로 이렇게 말려둡니다.

도토리 줍기가 끝이 나면 한꺼번에 방앗간에 가서 갈아오기 위해서지요.

 

 

 

 

도토리 줍기가 끝이 나면 모든 도토리를 물에 담가 불립니다.

너무딱딱한 것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면 기계가 고장난다고 갈아주지 않거든요.

물을 갈아주면서 물에 불리면 사흘쯤 지나면 물이 깨끗해지고

도토리도 조금 눅눅해집니다.

그렇게 된 도토리를 가지고 방앗간에 가서 기계로 갈았습니다.

 

 

 

 

갈아온 도토리를 면 주머니에 넣어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녹말을 걸러냅니다.

보통 4~5 차례 반복하면 녹말이 거의 빠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녹말을 걸러낸 것을 하룻밤을 재웠더니

밑에 앙금이 남았습니다.

그 앙금을 윗물은 따라내고 촘촘한 면보자기를 깔고 채반에 받쳐 물을 뺍니다.

한 네 시간 정도는 걸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물을 뺀 앙금을 따사로운 가을 햇볕에 말립니다.

물을 거의 뺀 앙금이라 두 시간 정도만 지나면 물기가 많이 걷히더라고요.

물기가 걷히면 과도로 조각을 내고

또 두 시간 정도가 지나면 조각을 내어 손으로 곱게 비빕니다.

이 때 밑에 까는 보자기들은 짜임이 촘촘해야겠더라고요.

좀 엉성한 것을 쓰면 남아있는 물기를 따라 앙금이 빠져나오더라고요.

 

 

 

 

 

거의 말랐다 싶으면 이렇게 채로 쳐서 입자를 곱게 합니다.

그런데 요즈음 보드라운 채가 없으니 저는 이 철바구니로 대신했답니다.

좀 엉성한 것 같지만 이 정도의 입자면 물에 넣으면 금방 풀어지더라고요.

도토리 껍질을 까서 앙금을 내어 말리는 것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것이 양이 많으니 더욱 힘들고요.

그래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부자만 싶네요.

이제 겨울에도 도토리묵이 먹고 싶으면

한 그릇 퍼내어 물과 6(물):1의 비율로 도토리 가루를 풀어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