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달콤한 배즙으로 고추장 만들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0. 22. 06:32

 

 

 

이제까지는 어머님이 고추장을 담그셨지만 올해부터는 내가 담기로 했다.

어머님이 연로하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메주를 쒀서 된장을 담아보니 너무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맛있는 장이 된 것은 이곳이 전원주택이라

공기도 좋고, 햇볕도 잘 들고, 물도 맑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고추장도 여기에서 담그기로 했다.

고추장은 대체로 봄에 담그지만

우리는 조금밖에 남지 않아서 가을에 담글 수밖에 없어서 이번에 담았다.

 

 

 

고추장을 담는 액은 주로 배즙을 썼다.

형부께서 배농사를 짓기 때문에 가을에 배 따는 것을 도와드리고

못생기고 조금 썩은 것들을 가지고 왔다.

배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내고 살 부분만 잘게 잘라낸다.

 

 

 

 

잘게 자른 배를 가마솥에 넣어 즙을 만들 때

밑에 채반을 깔고 물을 조금 붓고 끓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배가 즙이 나오기 전에 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한 소큼 끓이고 나서 부피가 줄어들면

남은 배를 얹어 약한 불로 두 세 시간 정도를 푹 다린다.

 

 

 

 

그렇게 푹 다리다가 흰색의 배가 옅은 갈색으로 변하면 다 다려졌다.

다린 배는 건더기를 면주머니에 넣어 밤새도록 즙을 짜낸다.

형부는 오랫동안 배농사를 지어온 베테랑이라

올해 배도 아주 당도가 높고 맛있어서 배즙도 아주 진하고 맛있다.

 

 

 

 

배즙을 다려놓고 나서 감주(식혜)를 만들어서 찹쌀 알은 걸러내고 다렸다.

배즙 만해도 맛있겠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방법이라

혹시 고추장이 제대로 익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조청을 만들었다.

 

 

 

 

배즙과 조청을 다린 것을 함께 섞어서 가마솥에 붓고 다리다가

의성 쌀조청을 넣고 다시 한 소큼 다렸다.

다 다려진 고추장 담글 배즙조청은 진한 갈색이 난다.

 

 

 

 

그렇게 다린 고추장 담을 배즙조청을 식혀놓고 다른 재료를 준비한다.

고추가루가 8근이나 되니 이 조청도 한 찜통이 다 되어간다.

 

 

 

 

고추장 담을 재료는 곱게 빻은 고추가루,

굵은 소금,

메주와 밀을 띄워 빻은 가루이다.

우리 경상도식 고추장은 이 메주와 밀 띄운 가루를 넣어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

그래서 이 메주와 밀 띄운 가루는 의성에서 사가지고 온 것이다.

오른 쪽의 냄비에 담긴 것은 마늘 다린 것이다.

올해는 마늘고추장도 조금 담아보려고 알싸하고 단맛이 나는 의성 육 쪽 마늘을 다렸다.

 

 

 

 

먼저 마늘고추장을 담그었다.

고추가루는 어머님과 우리가 텃밭에 심은 고추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묽은 조청에 고추가루와 메주와 밀 띄운 가루를 넣어 섞다가

어느 정도 버무려졌다 싶을 때 소금을 넣었다.

이 때 소금이나 조청을 한꺼번에 덥석 넣지 말고 저으면서 맛을 보면서 섞었다.

한 번 그르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맛이라 조심해서 간과 물의 양을 맞췄다.

 

 

 

 

마늘고추장은 세 근 정도만 담그고 나머지는 일반고추장으로 담그었다.

조청에 고추가루와 밀 띄운 가루를 켜켜이 넣어서 골고루 버무리다가 보니

조청의 양은 넉넉하게 들어가서 맛은 아주 진하게 달달한데

고추장은 좀 된 것 같았다.

조청을 더 넣으면 너무 달 것 같고

그냥 물을 넣으면 고추장의 맛이 변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소주로 농도를 맞추었다.

소주는 농도도 묽게 해주고 고추장의 맛도 변하게 하지 않아서

농도 맞추는데는 아주 좋은 재료라고 어머님이 일러주셨다.

 

 

 

 

그렇게 버무린 고추장을 서너 시간 다라이에 두었다가

간과 농도가 적당하게 잘 맞다 싶을 때 항아리에 담았다.

그리고 위에 소금을 살짝 뿌려놓았다.

혹시 간이 싱거워서 고추장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고추장 항아리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좋지만

아직은 햇살이 너무 뜨거운 것 같아서 일단은 그늘에 놓아두었다.

혹시 맛이 들기도 전에 고추장이 변할까봐 걱정이 되어서다.

날씨가 지금보다 더 쌀쌀해진 11월이 오면 햇빛 잘 드는 남쪽으로 옮기려고 한다.

 

 

 

 

고추장을 항아리에 담아놓고 항아리를 덮을 덮개를 만들었다.

헝겊 보따리에 옛날 어매가 베틀로 짜서 만든 무명 자투리가 좀 있기에 그걸로 만들었다.

항아리 뚜껑을 놓고 크기를 재어 만들었다.

너무 커도 비가 오면 비를 맞을 염려가 있고 너무 작아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덮개를 만들어 덮어놓으니 고추장 항아리가 참하다.

몇 달 후에 맛난 고추장으로 익기를 기대를 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가 덮었다가를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