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우리 집 보약 가마솥 메주 만들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2. 15. 07:00

 

 

 

올해도 어김없이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생일에도 된장을 찾는 남편의 된장 사랑과

손님들의

"된장이 너무 맛있어요."

라는 칭찬으로 올해는 제 생에 가장 많은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이기도 하고

오시는 손님들께 드리는 작은 정성이기도 한 메주 만들기를 올려봅니다.

 

 

 

 

이왕이면 좋은 날에 메주를 쑤고 싶어서

손 없는 날인 음력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만들었지요.

 

 

전원생활을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 한 가지가

내가 직접 지은 콩으로 된장을 담아 먹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농사 지은 메주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만

콩에 병이 들어 수확을 예상하던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수확한 콩이 7kg 정도만 되어서

경북 영주 부석에 사시는 친척에게 20Kg을 주문했지요.

그래서 모두 30KG의 콩 중에서

생콩가루 만들 것을 1.5Kg 정도

청국장 만들 것 5Kg 정도를 덜어내고

나머지 20Kg 정도의 콩으로 메주를 만들었지요.

   그 콩을 먼저  물에 깨끗이 씻었습니다.

 

 

 

 

이 때 콩을 불리지 말고 바로 씻어서 가마솥에 넣어 삶아야합니다.

어머님의 말씀이 그래야만 콩을 삶을 때 뜸이 잘 든답니다.

물은 손목까지 오게 부어야하지요.

올해는 메주 양이 많아서 이렇게 세 솥을 쑤었지요.

 

 

 

그렇게 콩을 앉혀놓고  불을 땝니다.

콩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하여 삶습니다.

그때 뚜껑을 열지 않으면 콩물이 넘칩니다.

이 때 물을 조금씩 솥뚜껑에 끼얹어주면 넘치지 않게 삶을 수 있지요.

그렇게 삶아야 콩의 구수한 맛을 그대로 유지하며

맛있는 콩물이 넘치는 것을 막아주지요.

 

 

 

 

불의 세기에 관계가 있긴 하지만

콩은 거의 하루 종일 삶아야하지요.

중간에 한 번 아래 위를 뒤집어 가면서요.

콩이 제대로 삶아졌는지는 색깔을 보고 알 수 있지요.

콩이 이런 색이면 제대로 삶긴 것이지요.

이렇게 삶겨졌으면 불을 끄고 뜸을 푹 들입니다.

 

 

 

콩이 제대로 뜸이 들여졌다 싶으면 찧어야하지요.

예전 같으면 디딜방아에 넣어서 찧었지만 요즈음 어디 그런 시설이 있나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요.

지난해에는 쌀포대에 넣어서 밟아 찧었더니

자루에 묻고 바깥으로 삐져나와서 영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큰 비닐봉지에 담아 찧어야겠다고요.

 

 

 

 

이렇게 밟으니 참 쉽게 찧을 수 있었네요.

이 때 양을 너무 꽉 채우면 안 되고요.

3분의 2정도만 채워야 밟기가 좋더라고요.

 

 

 

 

다 밟아서 찧었으면 메주 모양을 만들어야지요.

우리 집 전용 메주 틀을 가지고 모양을 만듭니다.

깨끗한 면 보자기를 깔고

찧은 콩을 골고루 넣어 꼭 싸서 위에 쌀포대를 덮고 꼭꼭 밟았지요.

이 때도 골고루 균형이 맞게 밟아야지요.

그래야 예쁜 메주가 되지요.

 

 

 

 

그렇게 메주를 만들어 하룻밤을 재운 모습입니다.

메주를 만들었다고 금방 매달 수는 없거든요.

너무 무르기 때문이지요.

하룻밤을 뒤적여가면서 말리면 이런 모양이 되지요.

 

 

 

 

그렇게 메주가 꾸득하게 마를 동안에 메주를 매달 굴레를 만듭니다.

물론 농약냄새가 나지 않는 청정한 볏짚으로요.

청국장이나 된장에는 이 볏짚이 들어가야 제대로 맛을 내는 것 같아

우리는 아직 이런 힘드는 일을 해마다 하고 있답니다.

요즈음 대부분의 가정에서 하듯

 빨간 주머니에 담아 달아두면 되는데도 말이지요.

 

 

 

메주도 꾸득하게 말랐고 메주 굴레도 다 만들어서 메주를 매달았답니다.

다 달고 나서는 어설픈 지푸라기들은 잘라내고요.

 

 

 

 

그렇게 이틀을 고생하고 나서 완성된 메주입니다.

먼지가 앉을까봐 남편이 지붕까지 덮어두고 바라보니 너무나 귀엽네요.

작년에는 이 메주 걸이에 두 층만 달았는데

올해는 세 층이 되었답니다.

작년에 담은 된장이 맛있다고 하시는 손님들께 나누어 주다보니

우리 먹을 것이 부족할 정도라

올해는 좀 더 많이 만들었지요.

요즈음처럼 집된장이 귀한 시절에 이런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게

전원에 살 때 누릴 수 있는 조금은 힘들지만 작은 행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