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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붓사붓 봄이 오기 시작하는 망미리를 걷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2. 23. 07:00

 

 

 

 

 

바쁜 설과 함께 긴 연휴를 보냈다.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설날이 이제는 부담이다.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에 제수용 음식을 줄이지 못하고 아직 예전에 하던 그대로 하는데

나이는 한 살씩 더 먹어가니 일하는 게 무섭다.

그래도 모처럼 어머님 아랫대가 모두 모여

우애를 다질 수 있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연휴의 끝자락인 어제 오후 이름도 아름다운 양평군 지평면 망미(望美)리를 다녀왔다.

이곳에 살 때 가까운 마을을 돌아보는 재미를 실컷 느껴보기 위함이다.

아직 우리 집 뒤 산 밑에는 잔설이 남았는데

망미리의 양지바른 밭에는 사붓사붓 봄이 오고 있었다.

 

 

 

반짝반짝하고 으리으리한 집들이 즐비한 전원주택가가 아닌

오래된 집들이 많은 망미1리에는

골목을 돌아가면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걸어올 것 같은

돌담이 아름다운 곳이 있다.

 

 

 

 

샛노란 물감을 바른 대문 앞을 지나갈 땐

그 문이 열릴 때는 어떤 사람이 나올지 궁금해지고,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매가 하던 방식대로 시래기를 말려놓은 모습에서

문득 어매도 그리워진다.

 

 

 

옛날 생각이 절로 드는 오래된 흙벽은 세월의 흔적이 소복소복 쌓여가고,

새로 지은 시멘트벽에는 새로운 세월이 쌓여간다.

 

 

 

 

오래된 건물이 아름다운 영산교회

이제 새로운 건물에 그 역할을 내어 주었지만

오래도록 이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된장 익는 냄새를 따라 찾아간 된장 담는 '석불 장독대'.

마당 가득 항아리가 어우러진 모습이 욕심난다.

물 맑은 양평에서 이런 산자락을 발아래 두고 익어가는 된장이니

그 맛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된장 익는 냄새 가득한 곳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