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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정에서 가슴을 씻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3. 2. 07:00

 

 

 

아직 봄이 오기 전인 요즈음은 농사일이 바쁜 시기는 아니다.

이런 시기에는 손님이 오지 않으면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무료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웃동네를 기웃거리면서 우리가 살 집을 구하러다닌다.

아니다. 

구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고 구경을 하러 다닌다는 게 맞을 것이다.

 

 

 

 

지난주에도 용문면 광탄리를 다녀왔다.

차를 타고 광탄리를 지나 단월면 쪽으로 가려는데

도로변에 언뜻 보아도 아주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지나치고 나서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 곳을 지나고 나서 산책로를 끝나는 곳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걸어 아름다운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이다.

마치 커다란 동물형상의 절벽 위에 앉아있는 것 같은 정자의 모습이 일품이다.

겨울이라 얼음이 얼어있어서 그렇지

여름이면 이곳을 여울져 흐르는 흑천의 물길이 검푸를 것 같다.

 

 

 

 

 

'봉황정' 안내석 옆의

'먹향기 그윽한 마을 광탄' 이란 표지석이 정자와 아주 잘 어울린다.

정자는 무릇 선비가 세웠을 터이고 선비는 먹을 가까이 했을 테니까.

이 마을 이름이 '광탄'이란다.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너븐여울'을 한자로 표기한 모양이다.

이곳을 흐르는 흑천의 물이 넓게 여울져 있으므로 '너븐여울' 이라 불렀단다.

 

 

 

 

 

정자가 있는 산을 오르기 전에 보이는 삼문과 봉황정 안내문이다.

'봉황정'은 인조 2년(1624) 남원양씨 용문면 입향조인 양응청과 양응함이 세웠고,

몇 번의 소실이 있고 난 뒤에 1967년에 현재의 건물을 지었단다.

이곳의 경치가 마치 봉황이 춤추는 형상이라

천하1경이라고 하는 중국 금릉의 봉황대와 닮았다고 하여

'봉황정'이라 이름 하였다. 고 한다,

문은 굳게 잠겨져있어

문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정자로 들어간다.

 

 

 

 

마치 성곽을 쌓은 것처럼 돌로 쌓은 축대와 계단을 따라 올라간 봉황정은

얼굴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뒤태만 슬쩍 보여준다.

봉황정이 강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하나 없이 고즈넉한 정자를 돌아 정면에서 마주한다.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건물에는 '봉황정'이란 이름이 붙어있지 않고

'구성대'란 편액이 붙어있다.

'구성'은 태평성대를 아홉 번이나 이루니 봉황이 와서 춤을 춘다는 뜻이란다.

그러니 '구성대'는 '봉황정'의 다른 이름이라 하겠다.

 

 

 

 

 

정자 위로 올라가본다.

맑은 강바람에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마치 소나무 병풍을 보는 것처럼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도 예술이다.

시인 묵객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풍광이다.

 

 

 

 

'봉황정' 안쪽 출입구 위에는

'남휘정' 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남휘'란 봉황이 천길을 날다가 덕이 빛나는 곳에 내려앉았다는 말이니

'봉황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봉황정에는 백사 '이항복' 많은 명사들의 시판이 있다.

대부분의 정자 시판들이 한시로 된 것들이라 해석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곳의 시판들은 풀이를 해놓아서 한자를 모르는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봉황정'에 서면  난간 사이로 바라보는 돌담과

그림자로 보이는 추녀의 곡선  등

우리 건축의 아름다운 선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봉황정 앞에서 내려다본 광탄 유원지 백사장이 고요하다.

물 맑고 모래 고운 이곳은 여름날에는 사람들로 붐비겠지...

 

 

 

 

아직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

'봉황정'을 돌아나오는 길은 입구에 있던

겸재(謙齋)양창석(梁昌錫)(1909-1983)선생의 시가 자꾸 생각이 난다.

 

봉황대청풍(鳳凰臺淸風)

 

새는 고목에서 노래하는데 루대는 텅 비어있고

 

층층 바위 위에 꽃은 피어 물에 붉게 비치

 

맑은 바람 난간에 가득한데 바람 그칠 줄 모르며

 

몇 사람이나 이곳에 올라와 가슴 속을 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