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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아련한 추억에 젖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3. 11. 07:00

 

 

 

양평에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 있다는 표지판을 본 적은 있지만

양평 가까이 산 지 일 년도 넘어서 그곳을 찾게 되었다.

어릴 적 가슴 졸이며 읽었던 기억도 가물가물한  

'소나기', '카인의 후예' , '독짓는 늙은이' 등을

떠올리며 아련한 추억에 젖었다가 올 수 있어서 기분 좋은 걸음이었다.

 

 

 

주차장에 있는 안내판은

크게 '황순원문학관' 과 소설 '소나기'를 테마로 한 야외광장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문학관을 먼저 들리기로 하고 계단을 올랐다.

문학관 건물도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했던 수숫단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중앙 '황순원홀'의 모든 기둥은 알록달록하게 색종이로 도배가 되어있다.

문학관을 들린 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담겨있다.

 

 

 

 

안내데스크 옆 장식장에는 어릴 적 오빠의 책장에서 몰래 빼내어

밤이 이슥하도록  교과서 밑에 두고 읽었던 황순원선생의 책이다.

'카인의 후예'란 손글씨 책 겉표지가 정겹기 그지없다.

디자인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세련되었다.

 

 

 

 

 

중앙홀을 둘러보고 먼저 작가와 만나러 들어갔다.

황순원선생은

1915년 3월 26일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평양 숭덕학교 고등과 교사였던 찬영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자는 만강(晩岡)이고 본관은 제안(齊安)이다.

1929년평양 숭덕소학교를 졸업하고

정주 오산중학교를 거쳐 1934년평양 숭실중학교를 졸업했다.

이 해에 일본에 건너가 도쿄의 와세다 제2고등학원에 진학했으며,

1936년와세다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1939년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하여

향리인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지내다가 1946년 월남하였다.

이후 서울중고등학교 교사, 경희대 문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57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1980년 경희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하였으며,

 2000년 9월 14일 향년 86세로 별세하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북한출신인 선생의 문학관이 이곳에 세워진 이유는 선생의 소설

'소나기'에 '소녀가 내일 양평으로 이사를 간다.'는 글 때문이란다.

 

 

 

 

선생과 만남의 공간에서는

 육필원고가 가장 시선을 끈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보람이 있다.

원고지에 펜이나 만년필로 쓴 글이 정겹다.

예전 펜촉에 잉크를 묻혀 글씨를 쓰던 생각도 난다.

칠칠맞았던 나는 하얀 교복에 잉크를 곧잘 묻히고는 했었다.

 

 

 

 

선생의 소박한 서재와 유품.

이런 소박한 공간을 즐겼기 때문에 선생은 장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은 욕심을 버릴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건 곧 장수와 연결되고....

 

 

 

 

 

선생의 주옥같은 글에 이런 훈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두 번째 방은 선생의 작품을 만나는 곳이다.

감수성 예민하던 단발머리 여학생시절

선생의 순수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을 읽으면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던 그 시절이 생각나는 공간이다.

 

 

 

 

도망간 아내를 향한 분노를 삭이며

아들을 위해

또 자기작품을 위해 쓰러져가면서도 독을 빚는 

송영감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독짓는 늙은이'.

예전에 그 글을 읽을 때는 노인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나이 든 지금 그 글을 떠올리니 이해가 된다.

노인은 분노를 삭일 줄 알 때 아름다워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카인의 후예' 와 '나무들 비탈에 서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은 선생이라

북한 공산주의 치하의 세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

 

 

 

 

 

다음은 소설 '소나기'의 공간이다.

어릴 적 가슴 졸이며 읽었던 소나기를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공간이다.

 <마타리꽃 사랑방(문학까페)>에서는

황순원 소설을 종이책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책(이북; e-book)으로도 볼 수 있고,

듣는 책(오디오북; audio book)으로 들을 수도 있다.

또 소설을 읽고 나서 직접 소설을 쓰는 곳도 있고,

잘 읽었나 알아보는 낱말 퀴즈도 있다.
또 소나기 그림 맞추기 같은 게임도 있어서 직접  해보는 재미도 있다.

어린이가 너무 어려서 소나기 다시 쓰기를 할 수 없다면

커다란 원고지 판에 글자를 붙이면서 원고지 쓰는 법 배우기도 할 수가 있다.

어른이라면 소나기를 읽고 나서 자기의 소나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추억도 만들고 입상의 기쁨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관에는 소나기 내리는 장면이 실감나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남폿불 영상실>에서 30분마다 한 번씩 상영한다.

시간이 바빠 영상을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조용할 때 한 번 들려서

예전 어릴 적 공부하던 것 같은 책상에 앉아

감상하기로 하고 문학관을 나왔다.

 

 

 

문학관 앞에 있는 소나기 광장.

<소나기광장>은 소설 「소나기」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

소나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원두막과 수숫단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겨울을 제외하고 매일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소나기가 온단다.

비 맞고 난 후에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 소녀가 한 것처럼 원두막이나 수숫단으로 피하는 놀이도 즐겁겠다.

소나기광장 뒤 산을 따라 걸으면

소년과 소녀가 자주 만나던 시냇물도 있고, 징검다리도 있다.

여름이면 소년과 소녀가 따던 도라지꽃과 마타리꽃 등 야생화도 많이 피어 있단다.

 소년이 소녀가 보란 듯 타던 송아지를 타보는 즐거움도 있다.

오롯하게 소설 '소나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소나기 동산을 돌아내려와 마지막으로 선생의 묘 앞에 섰다.

'내가 지금 블로그를 할 수 있는 작은 힘도

어쩌면 선생의 글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든다.

그저 고마워 머리를 한참을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