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가뭄에 콩 나듯' 이란 속담을 절감한 콩 심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6. 22. 06:00

 

 

 

42년 만에 찾아온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이 바짝 메마른 올 봄,

우리도 콩 파종에서 일단은 실패를 했습니다.

봄에 콩을 파종할 밭에 풀 나는 것을 방지한다고

밭을 갈아서 비닐멀칭을 해놓았지요.

빈 고랑에는 부직포를 깔았고요.

그렇게 밭을 멀쑥하게 해놓고 있다가 콩을 심기로 했지요.

 

 

 

 

 

 

 

파종에 적당한 시기가 언제인지도 잘 몰라서

6월 초에 여주시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했었지요.

"시기는 적절한데 가뭄이 심해서

직파를 하면 싹이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포트에 심었다가 옮겨 심으세요."

라고 하는데

"포트가 없는데요."

라고 했더니

"그러면 콩을 불렸다가 심으세요."

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불렸다가 심은 콩이

보름이 지나도 싹이 올라 온 것은 정말 몇 포기 안 되더라고요.

 

 

 

 

 

 

 

 

 

싹이 올라오지 않는 곳을 파 보았더니

콩이 싹이 나다말고 땅 속에서 썩고 있더라고요.

비는 오지 않아서 습기는 없고

불린 콩은 화끈거리는 비닐 속에서 썩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작정 기다린 게 얼마나 미련스럽게 느껴지던지요.

 

 

 

 

 

 

 

작년에는 콩을 너무 일찍 심어(5.20)

웃자라서 순 치느라 고생을 했는데

올해는 너무 늦어 큰일이다 싶네요.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 

목요일에 콩 파종을 다시하기로 하고

싹이 올라오지 않는 곳에 다시 콩을 심었지요.

그리고 지난 번 파종을 교훈 삼아

혹시 또 싹이 트지 않는 곳이 있으면 옮겨심기를 하려고

동네에서 폐 포트를 주워다가 이렇게 콩을 심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어쩌다가 올라온 콩 순을 따 먹는 녀석이 있었으니

고라니라는 녀석이었지요.

지난 번 비닐멀칭을 할 때

고라니가 다니는 길에 못 쓰는 현수막을 둘러쳤는데도

어떻게 길이 막힌 걸 알았는지

그곳을 피해 막지 않은 곳으로 들어와서 뜯어먹더라고요.

그래서 쇠말뚝을 박고 비닐 줄을 쳐서

고라니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더니

요 며칠 간은 뜯어먹는 것 같지는 않네요.

이제 만반의 준비는 해놓았으니 콩 싹이 얼른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사흘이 지난 어제 오후에 보니

포트에 심은 콩은 벌써 이렇게 싹이 올라오네요.

토요일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려서 반 해갈은 된 것 같으니

 밭에 심은 콩도 곧 싹이 올라올 것 같네요.

진작에 농업기술센터에서 가르쳐 준 대로

이렇게 포트에 심었다면 실수가 없었을 텐데 싶네요.

작은 텃밭이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또 한 가지를 배웠네요.

가뭄에는 콩도 싹이 잘 안 난다는 사실을요.

이래서

'가뭄에 콩 나듯'

이란 속담이 생겨난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