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우리 텃밭 먹거리의 주인은 누구?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6. 29. 05:46

 

 

 

올해는 텃밭농사가 만만하지가 않다.

우리은 텃밭 먹거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우리가 추수를 하려면 아직 한참을 있어야하는데

벌써 우리의 먹거리를 먹는 녀석이 있다.

곡식의 주인이 우리인지 그녀석인지 모를 정도이다.

 

 

 

 

 

 

 

 

얼마 전에 콩밭에 고라니가 들어서 콩싹을 뜯어먹기에 대강 줄을 쳐놓았으나

그 녀석은 용하게도 막지 않은 곳을 찾아 들어와서 콩싹을 뜯어먹는다.

작년에도 콩밭에 고라니가 들기는 하였으나

어느 정도 자랐을 때 들어와서

조금만 뜯어먹었기에 별 걱정이 없었는데

올해는 나는 족족 뜯어먹으니

가뭄 피해에 고라니 피해까지 늘어나니 콩을 벌써 세 번째 심었다.

 

 

 

 

 

 

 

가뭄으로 싹이 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막을 때까지 막아야겠다고

이번에는  사람이 드나드는 길만 빼고 빙 돌아가면서 모든 곳을 막았다.

집에 있는 줄과 현수막을 총 동원해서 말이다.

 

 

 

 

 

 

 

 

그랬더니 이제는 콩밭에는 들지를 않고

바로 마당가에 있는 고구마밭에 들어와서 

강낭콩 순과 고구마 순을 따먹기 시작한다. 

이제 비도 내리고 해서 고구마가 무럭무럭 자라기에

'올해는 고구마는 사지 않고 실컷 먹을 수 있겠구나!'

싶어 속으로 웃고 있는 중인데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어제 아침에도 예외없이 일찍 텃밭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고구마순을 따먹은 흔적이 보인다.

벌써 강낭콩은 꼬투리가 제법 굵고 있고

고구마도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데 울타리 쪽 한 이랑은 거의 반 정도는 잎을 따먹었다.

고라니 짓이구나 싶어서 울타리 쪽을 돌아보는데

고라니 녀석이 조금 전까지 따먹다가 인기척이 있으니 도망을 갔는지

아직 울타리 속에 있다가 내가 소리를 지르니 후다닥 도망을 간다.

제법 큰 녀석이다.

지금은 산에도 풀이 무성한데 왜 하필 우리 텃밭에 와서 먹이를 구하는지 모르겠다.

 

 

 

 

 

 

 

 

고라니가 가고 난 뒤 울타리를 자세히 돌아보니

고라니가 다녔던 것 같은 구멍이 큰 곳이 두어군데 있다.

얼른 막대기와 못 쓰는 고무 통으로 막아놓았지만 또 어떨지 기다려봐야겠다.

울타리 쪽이 아니라도 집 뒤쪽으로 들어와서 마당을 가로질러 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 쌀 때

뉴스에서 멧돼지와 고라니 등의

산짐승들이 곡식을 습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피해를 당해보니

농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겠다.

자식 같은 작물들이니 말이다.

이렇게 자꾸만 고라니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면

내년에는 씨를 심고 나서 바로 울타리를 만들어야할 것 같다.

돈이 들더라도 그물망을 새로 사서 말이다.

그래야 우리 텃밭 먹거리의 주인은 우리가 될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