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천렵의 맛을 보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7. 6. 06:00

 

 

 

가끔 소나기가 내리기는 했지만

오랜 가뭄으로 집 앞 금사천의 수량은 많이 줄었다.

"이렇게 물이 줄었을 때 고기를 잡으면 많이 잡을 수 있다."

고 주장하는 남편이다.

나는 산골동네에 자라서 고기를 잡아본 적이 없지만

남편은 제법 큰 내가 있는 읍내에 살았기에 고기잡이에서는 선생이다.

그러니 남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남편은 어릴 적 반도낚시로 고기를 많이 잡아봤다고도 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고향 집에서 가지고 온 반도로 남편은 고기를 잡고

나는 다슬기를 줍겠다고 어제 해 질 무렵에 금사천으로 나갔다.

 

 

 

 

남편은 반도와 물통을 들고 나는 까꾸리와 그물방을 들고 나간 금사천에는

며칠 전 남편이 고기를 잡겠다고 설치해둔 어항이 있었다.

이 어항도 남편이 어릴 적에 고기 잡이를 할 때 사용했던 어항이다.

그런대 어항을 건져보았지만 고기는 한 마리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깻묵이라도 넣어둬야하는데 넣어두지 않아서

고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니 믿을 수밖에...

 

 

 

 

 

 

 

어항에 고기가 없음을 확인하고 난 남편의 본격적인 반도낚시가 시작되었다.

그물망을 들고 이곳저곳 물이 흐르는 곳을 막고,

고기가 있는  곳의 물을 뜨고 했지만 그물망에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 걸리지 않는다.

고기들이 헤엄치며 노니는 것은 많은데 말이다.

 

 

 

 

남편이 반도낚시를 하는 동안 나는 다슬기를 잡는다고 물속을 살펴보았지만

어쩌다가 한 마리가 눈에 뜨일 뿐이었다.

그래서 다슬기 잡기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남편이 혼자서 고기를 잡아보지만 소득이 없자 둘이서 협업을 하잔다.

내가 그물망을 물길에 고정시키고 있으면 남편이 고기를 몰아주고

남편이 그물망을 잡고 있으면 내가 까꾸리로 고기를 몰았다.

남편은 물에 들어가서 고기를 몰았지만

나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모니 마음같이 고기들을 몰 수가 없다.

 

 

 

 

 

 

그렇게 몇 번을 했지만 언제나 그물망을 채우는 것은 이끼들 뿐이다.

그냥 오자고 했지만 예전에 고기를 잡던 가락이 있는 남편은 영 기분이 그런 모양이다.

"한 마리라도 잡아서  외손녀가 오면 구경이라도 시켜주자."

면서 몇 번이고 그물질을 한다.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서 드디어 정원이 새끼 손가락만한 피라미 두 마리를 잡았다.

 

 

 

 

 

 

처음으로 해 본 천렵에서 비록 작은 물고기 두 마리만 잡았지만

전원에서 무료한 오후를 즐기기에는 괜찮은 놀이인 것 같다.

이렇게 어스름하게 해가 저무는 날의 분위기도 느끼면서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대낚시에 간식까지 챙겨들고 금사천이나 한강으로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