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꽃 - 김춘수

렌즈로 보는 세상 2017. 6. 2. 07:00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다

체계적으로 사진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 때 만난 흑백 사진에 깊이 빠져들었다.

현상작업도 재미있었지만

이미지가 살살 올라오는 인화작업은 환상적인 기쁨이었다.

그래서 밤 새는 줄도 모르고 작업을 했다.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던 나는 꽃 촬영은 재미가 없었고

그래서 접사렌즈도 없다.

그 시절 꽃 사진은 딱 두 점이다.

오래된 사진을 뒤적이다 마주한 이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김춘수가 꽃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도 암실작업을 하는 도구들의 이름을 빨리 불러야 할 텐데.....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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