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며 한 시간 이상 들여
올라간 청학동에는
겨울이라 그런지 길거리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한복을 입고 머리를 기른 사람들을 만날까?'
싶었는데 헛다리를 짚었다.
깊고 깊은 산 속의 청학동은
여느 시골과는 다른 풍경이다
동네가 생기가 있고
대형 음식점들이 많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청학동 서당도 있고 몽양당도 있지만
괜히 기웃거리기도 그렇다.
우리는 동네 가장 위쪽에 있는
삼성궁을 둘러보기로 하고
차로 주차장까지 바로 올라갔다.
청학이 지붕 위에 있는 삼성궁 입구에서
입장권(성인 7,000원)을 사서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부터 크고 작은 돌탑들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 높고 험한 산 중에
돌들을 쌓기 시작한
'한풀선사'의 집념과
미적 감각에 박수를 보내면서
한 시간이 넘는 시간
즐겁게 삼성궁을 걸었다.
삼성궁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이며,
수도장이다.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선도를 이어받은 한풀선사(강민주)가
수자(修子)들과 함께 수련하며
하나 둘 돌을 쌓아올려 기묘한 형상으로
쌓은 수많은 돌탑이
주변의 숲과 어울려
이국적인 정취를 풍겨낸다.
이 돌탑들은 이 곳에서 원력 솟대라 부른다.
삼한 시대에 천신께 제사지내던 성지,
소도(蘇塗)엔 보통 사람들의 접근을 금하려
높은 나무에 기러기 조각을 얹은
솟대로 표시를 했다.
지금 성황당에 기원을 담듯,
소원을 빌며 지리산 자락의 돌로
솟대를 쌓아 옛 소도를 복원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솟대를 쌓아 성전을 이루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문화를 되찾아
홍익인간 세계를 이루자며
무예와 가, 무, 악을 수련하는
이들의 터전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참고>
오랜 세월(1983년~)을 돌과 씨름한
한 사람(한풀선사)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삼성궁,
아직도 그곳의 돌의 노래는 진행중이다.
지금은 굴착기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좀 편해졌을 지도 모르지만
하루 또 하루 돌을 나르고
쌓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아니라
그 깊은 신심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고 지난한 일을
오랫동안 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할 만한 일이다.
그 노력만으로도 추앙받아 마땅한 일인데
하물며 그 결과물이
이리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사람들의 발길 끊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보람차겠는가!
겨울의 초입에
단풍 지고 나서 들린 곳이라
조금은 스산할 만도 한 분위기지만
수많은 돌의 노래로 따스한 삼성궁이다.
다음에는 단풍 한창일 때 치루는
10월 개천대제를 지내는 날에 한 번 걷고 싶다.
어정어정 게으르게 걸어왔는데
벌써 2018년 마지막이군요.
그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좋은 인연으로 만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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