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겨울밤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0



윤희가 올린 사진
통나무집 창가로 눈이 내리는 사진을 보고
옛날이 생각났어.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
어른들의 눈을 피해 적당히 놀 곳이 없었던 우리는

정덕이네 과수원 원두막에 많이 모여 놀았던 것 같아.

 
캄캄한 밤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동네 골목길을 돌아 마을 뒤쪽에 있는 과수원에 도착하면

얼음장 같은 방바닥이 우릴 기다리고,

정덕이,화덕이, 홍덕이,계덕이 같은

동네 남자애들이 마을에서 훔쳐온 짚단을 불살게로 하여

과수원의 나무 등걸을 한 아궁이 지펴놓으면

 밤이 이슥해서야 뜨거운 방바닥의 느낌을 느끼며

우리들은 윷놀이나 번호 맞추기,

배우이름 대기 같은 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다가

소주나 막걸리 같은 술을 먹으며

그 시절에 유행하던  유행가를 부르며 놀다

잠이 오면 남녀가 같이 어울려 잠을 자곤 했으니,

요즘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엄청나게 방탕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으나,

그때의 그런 일들이 지금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 때 그렇게 남녀란 개념 없이 어울려 놀았던 것이 우리가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 이렇게 동창모임이 잘 되는 원동력이 아닐까?

언제 그렇게 온돌방에 뜨겁게 군불 지펴놓고

소주잔 기울이는 그런 날
또 다시 있을까?


2002 . 12 . 10

'일상 > 옛날 옛날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기약  (0) 2007.02.10
메주  (0) 2007.02.10
산 보기  (0) 2007.02.10
서리 내린 날에  (0) 2007.02.10
금계(?)랍을 아시나요?  (0) 2007.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