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메주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0



감기 들어서 며칠을 쉬었다 들어오니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올라있구나.
이 나이에 걸린 감기는 잘 낫지도 않으니 조심하게나.

- - - - 메주 - - - -

 내가 어렸을 적 우리집은 흙벽에 초가집이었습니다.
그 초가집에 살 적에는 된장이 어찌나 맛이있는지 단맛이 났었는데
블럭으로 벽을 쌓은 기와집을 지은 후부터 된장 맛이 없어져서
우리 형제들은 항상 그 초가집에 살 적의 된장맛을 그리워합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밭의 배추와 무를 뽑아 김장을 마치고 나면,
엄마는 이제 메주만 쑤면 겨울준비가 끝난다고 하시며 타작해놓은
콩을 키질하여 깨끗이 씻은 후 몇 시간을 불려서

가마 솥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장작불을 지펴 푹 삶으시는데,

우리들은 그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빨리 콩이 익기를 기다리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마을 앞 논에서 시겟또를 타다가 돌아오면

잘 익은 콩은 벌써 커다란 양은 다라이에 담겨져

안방 처마밑에 놓여있었다.

 
배가 고픈 우리는 그것을 접시나 종지에 담아 먹기 시작하는데
그 구수한 맛이란...

특히 무쇠 솥 밑바닥에서 살짝 누른 콩의 맛은
그 중의 백미였다.


그렇게 잘 삶겨진 콩이 적당히 식으면

디딜방아에 찧은 후 메주를 만드는 시간은 대체로 밤이 였고,

저녁을 먹고 난 우리가족은 모두 모여서 메주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메주를 엮어 달 굴레를 볏짚으로 만드시고,

엄마와 우리들은 쳇바퀴에 세끼를 감은 메주 틀에

깨끗이 씻은 삼배보자기를 깔고

 거기에 찧은 콩을 넣어 발로 밟아서 단단하게 메주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아버지가 만든 굴레에 싸여 방안 한쪽 서까래에 밖아 놓은

못에 걸려 겨울이 다 갈 무렵 떼어져 방 윗목에서 띄워져

이듬해 정월 손 없는 날에 된장으로 담궈졌다.


그 메주는 간식꺼리가 귀하던 그 시절

우리들에게 입을 즐겁게하는 간식꺼리도 되었는데,

메주를 매달아놓아 적당히 마르게 되면
겉면에 있는 알이 굵은 콩은 단단하게 말라

그것을 떼 내 꼭꼭 씹으면 입안이 고소한 것이

입이 심심할 땐 아주 즐거운 입놀림 감이 되었다.

이제 그렇게 메주 만들어 달던 어른들도 세상 떠나시고,

그것을 보고자란 우리도 그것을 사먹는데,

다음 세대는 된장은 알지만 메주는 알기나할까?

 

2003. 1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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