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느 잡지에서 보았습니다.
묵호항에 가면 아직도 작부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
젖가락 장단에 맞추어 노래 부르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그 글을 읽으면서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술집은 아니었지만
평은유원지, 우리들의 친구들이 모였던 그곳에서
그 정겨운 소리,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흥겹게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의 어울림의 소리였습니다.
우리들이 어릴 적에는 요즈음 같이 집 밖에서 놀 수 있는 시설이 없었던 때라
집안의 경사가 있는 날은 어김없이 술상이 차려지고
술이 거나해지면 젓가락 장단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노시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자라왔습니다.
특히 겨울밤 눈 덮인 토담 넘어 초가집 속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던
그 소리는 깊은 밤 잠결에 들려오던 다듬이 소리만큼이나 정다운 소리였습니다.
우리들의 모임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정다운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고
다정했던 것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그런 모임으로 발전해갔으면 합니다.
2003 . 7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