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참새 잡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4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고 들판의 곡식들도 거둬들여 가을걷이가 끝나면

 참새 떼들은 먹이가 모자라

동네주변의 가시덤불 위에서 재재거리며

집안의 먹을 것을 넘보고 있다가

 사람의 눈을 피해 번개같이 훔쳐 먹고 달아나곤 하니

그들보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그냥둘리 없다.

 머리를 써서 참새 사냥을 할 수 밖에.

 

 방학이 되어 특별히 재미있는 놀이가 없던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햇살이 따스해지면

집안에 있는 곡식들 중 참새먹이가 될 만한 것들 중에

비교적 값이 싼 곡식을 그릇에 담아들고 마당으로 나가

짚으로 만든 소쿠리와 길이 오륙십 센티쯤 되는 막대와

길다란 새끼줄을 준비해서 새덫을 만들었다.

 

그 덫은 소쿠리를 세워 막대로 지지대를 만든 다음

그 막대에 새끼줄을 메어놓고  줄을 길게 늘어뜨려

아이들은 참새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헛간이나 집 뒤 안에

그 줄의 끝을 잡고 숨는다.

 

그리고 그 덫 속에 곡식을 뿌려놓아 그들을 유혹해서

그들이 정신없이 곡식을 먹고 있을 때

지지대에 메어놓은 새끼줄을 재빨리 당겨서 소쿠리가 쓰러지게 하여

그 속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참새들을 생포하는 방법이었는데,

참새가 날아와서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줄을 당기고 실패하면 다시 덫을 만들고 하느라

겨울 산속의 짧은 해는 금방 산을 넘어가곤 했다.

 

그 모습은 항상 아련한 추억 속의 풍경으로 남아있는데(특히 눈 오는 날의),

참새를 잡아보았다는 생각은 도통나질 않으니 방법이 서툴렀나?

 


2003 . 12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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