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사 랑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5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한 번도 널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난 아버지가 날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스산한 겨울 바람에 가랑잎이 부대끼는 소리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내가 꿈인 듯 생시인 듯 혼미한 상태일 때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열심히 하면 공부를 잘 할 텐데 게으르단 말이야."

 "성격이 대범하지 못하고 소심하단 말이야. 그러나 무척 착하지."

  아버지는 한 번도 직접적으로 칭찬하거나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머지않아 시아버지의 기일입니다.

  이렇게 기일이 다가오면 그 어른 생각이 많이 납니다.

 

  늦게 공부하는 며느리를 대견해하시던 아버님은

  어느 날 저에게 대형 중국어사전을 선물하였습니다.

 

  일반서점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서적외판원에게 특별히 주문했을 법한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중국어사전 중 가장 훌륭한 사전이었습니다.

 

  내가 부모가 되어 부모노릇 하여보니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내 친정 아버지처럼 그런 절제하는 사랑도 하기 어렵고,

시아버지처럼 표현하는 사랑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이 오십이 된 지금도 어떻게 해야 훗날 내 아이들이 잠 안 오는
 밤에

눈시울 붉히며 생각나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3 .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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