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찔 레 꽃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6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

우리 지역에 있는 산사를 몇 군데 둘러보았다.

오가며 만났던 들길이며,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어릴 적 내가 보았던 풍경과 닮아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흐린 날씨라  더욱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찔레꽃은

내 어린 날을 더욱 많이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모내기가 시작되고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부모님은 모내기 할 때 먹을 반찬이나

새참 거리를 사러 영주 장엘 가셨고,

어린 우린 하루 종일 어른들이 돌아오시길 기다리지만

 돈이 될 만한 곡식을 이고 지고 걸어서 장을 가신 어른들이

그걸 팔아 장을 봐가지고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언제나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 지도 한참이나 지난

달빛이 점점 밝아지는 초저녁이었다.


그런 장날이면 동생과 나는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간이면

동네어귀에 있는 동수나무를 지나

재 넘어 동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연자방앗간 옆 고개에서 어른들을 기다리곤 하였는데,

 그 때 주변의 밭두렁이나 산 기슭에는

언제나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무서움을 떨쳐내기 위해 우리는

"해는 저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고....."

그런 노래를  큰 소리로 불렀었다.
 
 그렇게 찔레꽃은 내 마음 속에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릴 때 떠오르는 꽃이 되어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나 어스름 저녁 무렵

그 꽃을 대할 깨면 항상 가슴이 저려오는 감동을 내게 준다. 


 유월 어스름한 저녁 무렵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던 길가에는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져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


 2004 .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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