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꽃

봄날은 간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4. 25. 13:41

긴 겨울 끝자락을 잡고 느리게 우리 곁에 온 봄을

애써 오래 잡아두려고 해 보지만

봄은 벌써 종종 걸음치며 달아나려고 하네요.

 

우리의 인생살이도

봄처럼

꽃 피는 아름다운 시절은 느리게 왔다 빠르게 가는지도 모르겠네요.

 

 

 

 

 

 

누가 말하더라고요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늙어 가는 중이라고요.

 

아무려면 어때요.

이 노래가 좋은 걸요

 

봄날은 간다. - 백설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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