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얼마나 많은 꽃 지고 새잎 나야 . . .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4. 30. 18:37




주말에 어디 나가려고 하다가 비도 오고해서 집에서 피자나 한 판 시켜 먹고 뒹굴거리기로 하고

 모처럼 피자 한판 시켜서 치즈 쭈욱 쭈욱 늘려가면서 먹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화면에 뜨는 발신자가 아직 신혼인 큰딸이다.

어제 다녀갔는데 그 새 또 전화는 왜

입안의 피자를 우물거려 넘기고 전화기를 여니

 

 

"엄마, 점심은?"

 

 

"먹고 있는데, 왜?"

 

 

그런데 어째 목소리가 하이 톤이다.

큰딸은 기분이 나쁘거나 심사가 좀 삐뚜름하면 이렇게 목소리의 톤이 올라간다.

아무튼 더 들어보자

 

 

"김서방 때문에 짜증나서"

 

 

" 그 착한 사람한테 뭐가 짜증이 나?"

 

 

"어버이날에 내가 어른들 뵈러 간다고 하니

 어머님은 김서방이 같이 못 오니 먼 길 혼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하시는데

 내 생각에는 둘 째 며느리 얻어 처음 맞이하는 어버이날인데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내려가면 좋아하실 것 아니야.

 그래서 형님과 의논하고 있는 중인데,

 글쎄 김서방이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어머님이 날 혼자 내려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니,

 나랑 의논도 없이 내가 내려가지 않는 걸로 말씀드렸다지 뭐야.

김서방이 그러면 어른들 보시기엔 꼭 내가 시켜서 한 일 같잖아"

 

 

말을 많이 하는 애가 아닌데 일사천리로 줄줄줄이다.

열이 좀 오르긴 올랐나보다.

 

 

" 그래, 네 말도 맞기는 한데, 네 본심이 그러면 어른들은 마음으로 다 알 수 있단다.

 어른들 생각은 힘든 일을 하는 아들(사위는 군 장교라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그런 특별한 날에 마음대로 시간을 낼 수 없다) 혼자 두고

 며느리 혼자 내려오는 게 안쓰러워 그러니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남은 시간 동안 생각해보고 충분히 의논한 뒤에 결정을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김서방 너무 타박하지 말고.

어디 널 궁지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그리했겠냐?

그저 단순하게 사돈이 안 내려와도 된다고 하니 그렇게 한다고 했겠지.

어쨌든 너희 내외 충분히 의논을 해라."

 

 

그렇게 일단 처방을 해놓고 생각해 봤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의견 차이가 나고 또 그걸 해결해나가야 하는 게 인생살이이고,

또 얼마나 많은 꽃 지고 새잎 나는 세월을 겪어도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게 부부사이인데 너희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힘든 길을 내딛는 너희들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너희 둘은 서로 깊이 사랑하고 다행스럽게도 서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니 말이다.

아무쪼록 어른들도 섭섭하지 않고 너희 두 내외 효도도 하는 좋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랜 세월 흘러 김남주 시인의 '사랑'이란 시가 가슴 찡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사랑

                     김남주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 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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