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Touch Me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5. 12. 23:41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사진 전문 미술관인  대림미술관은

언제나 새로운 장르의 사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번에 전시하는 유르겐 텔러의 사진 '터치 미' 는 작년에 전시한 '폴 스미스'전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폴 스미스' 전은  패션디자이너가 찍는 사진에서 패션적인 감각을 였볼 수 있었다면

이번  '터치 미' 는  패션사진가가 보여주는 패션이 아닌 예술로서의 사진을 느낄 수 있다.

 

 

4월 15일~7월 31일까지 열리는 '터치 미'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비비안 웨스트 우드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광고사진을 찍는 작가로 널리 알려진

유르겐 텔러의 패션과 예술을 넘나드는 자유 분망한 영혼을 보여준다.

 

대림미술관과 프랑스 디종의 컨소시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단순히 패션 사진작가가 아닌 예술가로서 찍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유르겐 텔러는 리처드 헤밀턴,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인위적으로 꾸민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들 내면에 잠재돼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잡아냈다. 

 

영국의 팝 아티스트 리처드 헤밀턴                                                                     영국의 탑모델 릴리 콜

2층 전시장에는 이 사진 두 장을 나란히 걸어

마치 나이든 사람이 젊음을 갈망하는 듯한 느낌을 풍기게 한다.

 

 

우리는 처음 이 사진을 마주하면 강렬한 그녀의 눈빛에 끌리다가

차츰 아래로 내려가면 외설적이 아닌 또 다른 관찰자를 만나게 된다.

주디 , 주디, 주디

흐트러진  공간에서의 장난스러운 일상을  보여줌으로 우리와 한층 가까워지는 걸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는 이 사진들을 마치 우리가 어렸을 적 돌사진을 찍을 때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단다

 

 

그의 사진들은 적나라한 누드를 드러내고 있지만 성적호기심을 자극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2004년 당시 예순 살이던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샬럿 램플링이 치는  그랜드 피아노 위에

작가 자신이 벌거벗고 누워 개구리 포즈를 취한 사진이 대표적이다.

 

왕의 대관식

플래시 동조 촬영을 좋아하는 작가가

크게 한방 터뜨렸다.

그는 컴퓨터로 후 보정 작업을  전혀하지 않는다.

 

 

케이트 모스와 유르겐  텔러의 아들

유명한 여배우를 이런 손수레에 담아

우리가 상상하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반전시킨다

 

왼쪽에 보이는 사진

뭘까?   뭘까? 했더니

긴 바나나를 휘감아 먹는 코끼리의 모습이란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늘 보아오던 모습을

전혀 낯선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때 쾌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2008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이자 패션 아이콘인 빅토리아 베컴

커다란 마크 제이콥스 쇼핑백 속에 들어가 하이힐을 신은 두 다리만 벌려 내놓은 사진은

마치 마크 제이콥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쇼핑백안으로 기어들어간 여자를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의 상품 구매 욕구를 충돌질 하는 것처럼 보인다.

 

 

3층 전시관의  유르겐 텔러의 수많은 사진집

부럽고 부러울 뿐이다

 

누른베르그의 겨울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전시된 자연을 소재로 찍은 사진이다

이것도 어찌보면 . . . .

 

데이비드 호크니

아티스트가 아닌 일상에서의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르겐 텔러는 하얀 침대위에서 여덟 개의 다리를 비비 꼬아대는 문어에서 관능미를 발견했던 모양이다

 

관람객들은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 사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관람할 수가 있다.

 

 

 

이층과 삼층의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3층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면

그가 받은 수많은 질문들이 조형적으로 설치되어있고

옆에는 그가 찍은 광고사진들을 스크린에 보여준다.

 

유르겐 텔러

올해 47세로 30년 가까이 사진 작업을 한 그는

세계적인 패션 사진작가로서 상업적 영역에서 명성을 쌓아오면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개척해왔다.


‘터치 미'라는 제목은 4년 전 유원지에 놀러갔을 때 어떤 남자의 반바지 앞단에 ‘Touch me'라는 글자가 적혀 있던 데서 유래한다.

작가의 위트와 유연성을 보여주는 일화다.

 

개막 3일 전 서울에 도착해 직접 사진 배치 및 공간 활용 작업에 참여한 유르겐 텔러는 4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업 작품 활동과 순수 예술의 영역을 구분해달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사실 별로 상관 안 한다”고 털어놓았다.

“삶을 즐길 뿐이지 나를 정해진 틀 안에 집어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긴다는 그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 활동의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평범한 것으로 보이던 것도 다른 시각을 취하면 신기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사진을 찍고 나면 피사체가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표출될 때가 있죠.”


그는 열 개 정도의 카메라를 갖고 있는데 플래시를 탑재한 콘탁스 G2 35㎜ 카메라를 즐겨 쓴다고 했다.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사진 찍는 기법이 고도화된다고 해서 더 아름다운 사진이 나온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법을 가장 단순화해서 피사체에 집중하고 소통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남편은 말했다.

"저게 뭔 예술이라꼬, 내가 보기엔 외설이다. 외설."

 

그렇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는

감상하는 사람이 그 작품을 보고 성적인 충동이 느껴졌다면 외설일테고

그렇지 않고 어떤 물결이든 마음에 일었다면 예술일 것이다.

 

'TOuch Me'

나를 건드리든지

내 마음을 건드리든지

 

유르겐 텔러의 이 번 전시가 예술이든 외설이든 사람들은 전시관을 찾아

그들 나름의 감상을 하고 갈 것이다.

 

가기 전에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활인쿠폰을 다운받아

2000원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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