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그들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5. 20. 19:26

인사동을 갈 때면

갤러리 나우는 꼭 들린다.

사진 전용 갤러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들린 나우 갤러리에서는 우리 사진계의 실험정신이 뛰어난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자 특색있는 작품을 선보여

나우 갤러리의 작은 공간이 전혀 작아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빛을 발하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들, 특히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작업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고민하게도 하는 전시였다.

 

5. 18일  - 5.31까지 하는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몇 명의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G-02.jpg

구성연,v01,90x60cm,Light jet c-print,2009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모란도 병풍은 혼례청이나 잔치자리에 놓이고 작고 아담한 모란도는 신혼방에 걸렸습니다.

이 화려한 꽃 그림에서 옛사람들은 즐거운 것들을 희망했겠지요.

세속적인 즐거움에 대한 소망을 황금이나 태양처럼 단단하거나 영원할 것 같은 대상이 아닌

잠깐 피고 마는 꽃에 기댄 마음은 이제 보니 퍽 소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꽃이라는 게 워낙 피어있는 동안은 눈부시고 아름답지만 이내 지고 나면 자취도 없어지니까요.

 

한 순간 달콤하지만 결국 혀끝에서 녹아 없어지는 사탕처럼 세속적 욕망의 성취란 사실 속절없는 것이겠으나,

 그 바람들이 아직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부질없는 갈망이 아니라,

지금 이미 펼쳐져 있는 현재에 대한 긍정으로 이루어지기를 나는 바랍니다

G-01.jpg 
구성연,p01,p02,p03,98x80cmx3점,Lightjet c-print,2010

 

 

   전시서문
line_dot.png

엄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가장 오랫 동안 물리적,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존재이자,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존재다.

 하지만, 너무 잘 알기에 상처와 불일치의 폭도 크다.

 ‘나’의 존재 근원을 떠나서 엄마는 대한민국에서는 브로콜리 머리를 한 아줌마로 통용되는 너무나 평범하고 단순한 존재다.

그러나 그러한 단순한 사람의 힘은 실로 크다.

작가에게 엄마란? 이상스럽게 이 엄마들은 자식의 작품이라는 오직 하나만으로 ‘단순하고도 강력한’ 지지와 이해를 보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했는데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고도 마지막까지 의문의 눈을 거두지 못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훌륭한’ 작가들이 엄마를 설득시키는 방법이 궁금해진다.

그들의 작가론이 어떻게 풀리는지,

 그들의 제작방식이 전자제품의 매뉴얼처럼 번호가 매겨진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될지,

전시는 기획자로서도 작품의 이것이 가장 궁금하다라는 원초적인 관심에서 기획되었고,

 엄마로 대표되는 일반인들도 그러할 것이다라는 조심스런 예측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제작의 층위와 소재의 스펙트럼을 갖는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갤러리나 미술관 관계자의 직관과 분석이 아닌

유치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단순한 설명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들의 작업을 알고 싶다는 우리의 관심을 ‘엄마’라는 존재가 갖는 노스텔지어와 관계성을 통해

작품의 의미에 대한 감성적이며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예술이 기본적으로 ‘쇼(show)’의 개념을 갖는데서 전시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혹은 컬렉터가 사진을 ‘적절히’ 알고, 작품에 대한 원초적인 재미와 애정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되길 원한다.

한편으로는 작가에게 처절한 고뇌의 산물을 요약시키는 것에 대한 심심한 사과와 작품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진지한 이야기 – 재료 

재료를 영어로 하면 'Media' 혹은 'Medium'라고 불린다.

'Medium'은 중간을 의미하는 어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재료(혹은 매체)가 대중에게 전달 되기 전 중간자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재료가 갖는 직접적인 물성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중요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

 재료와 주제가 조우할 때 작품의 정신적인 축을 이끌고 가는 핵심을 이루며 작품의 완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넓은 개념으로 육체와 정신 작용을 전달하는 매개물을 가리키는데 모든 감각의 자극은 그것을 매개하는 재료(Medium)에 의해 전파된다.  

젬퍼(Semper G,독일,예술이론가)는 예술의 양식 변화의 요인으로 재료와 기술을 꼽는다.

실제로 기름(테라핀,린시드)이라는 매체 없이 많은 르네상스와 인상주의 색채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재료는 물질의 화학적 특징 뿐만 아니라 물질의 상호 반응, 더 나아가 지면에 닿았을 때 나타나는 마찰과 공기와 햇빛, 수분도 포함한다.

이 모든 물질들이 안정되게 작품 속에 조화되고 정착되는 노력도 작가에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산물이 미술 재료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돌아와보자.

사진은 공통적으로 빛과 사진기를 재료로 하여 제작되는 장르다.

사진의 기계적인 특징으로 인해 컨템포러리 아트로 대변되는 지금,

작품 속에 녹아든 작가의 철학만큼이나 사진의 제작방식은 관람객에게 중요한 정보이자 지식이 될 것이다.

사진전문갤러리 나우에서는 특별히 동시대 두각을 나타내는 30대 젊은 작가 작업을 통해 사진의 ‘메뉴얼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W-03.jpg 
원성원,일곱살-엄마의 고향 바다,74×110cm,C-print,2010

  

작업순서 

1. 작품 스토리를 정한다.

2.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다.

촬영할 대상이 어디 있는지 리서치한다.

3.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에 사용할 대상들을 사진 촬영한다.

4. 촬영한 사진데이터를 컴퓨터로 불러와 선별한다.

5. 그래픽 프로그램 <포토샵>을 이용하여 선택한 사진들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노트

나의 어린 시절, 7살 때의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료해 나가는 시리즈 작업이다
W-01.jpg

 원성원,일곱살-갈매기와 배꽃나무,125×195cm,C-print,2010

W-02.jpg 
원성원,일곱살-엄마를 찾는 종이비행기,80x110cm,C-print,2010

 

 

L-02.jpg 
이중근,LOVE,90x90x10cm,Photograph,computer graphic,digital print,print on film,LED,2010

작업순서 

1. 작품 구상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다.

2.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에 사용할 대상들을 사진 촬영한다.

3. 촬영한 사진데이터를 컴퓨터로 불러와 선별한다.

4. 그래픽 프로그램 <포토샵>을 이용하여 선택한 사진들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5. 다양한 조합에 의해 다양하게 연출되는 시각적 효과를 고려해, 다수의 시안 작업을 저해상도로 진행한다.

6. 시안 작업 중에 최종 제작할 작업을 결정하고, 작품의 사이즈를 결정한다.

7. 최종 선택한 작업을 고해상도로 재작업 한다.

8. 실사이즈로 샘플 출력해 본다.

9. 출력한 샘플을 참고로, 최종 작업 출력 전에 마지막 수정사항을 검토하여 이미지 작업을 완성한다.

10. 작업한 이미지 데이터를 디지털 방식으로 와이드 필름위에 인화 한다.

11. 와이드 필름 사이즈에 맞춰, LED 라이트 박스를 제작한다.

12. LED 라이트 박스의 앞면에 위치한 두장의 투명아크릴 사이에 인화한 와이드 필름을 장착한다.

13. 전시장에 전선을 연결한다.

 

작가노트

동양의 만다라와 서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업시리즈

<Forever Love 2009>와 <LOVE 2010>는 물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기원을 담은 형상들로

서서히 컬러가 변화하는 LED조명을 이용하여 현대사회의 종교적 아이콘으로서의 비트린(Vitrine:진열창)이미지로 보여진다.
L-01.jpg

이중근,FOREVER LOVE,90x90x10cm,Photograph,computer graphic,digital print,print on film,LED,2009
 

전시장 전경 

 

왼쪽의 큰 사진이 이정록의 작품이다.

 

작업순서

1.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가 나타 날 때 까지 마음을 무언가로 채우거나 혹은 비워 내며 기다린다.

2. 마음 속 이미지를 투사 할 수 있는 현실의 풍경이미지를 찾는다.

3. 실제풍경과 마음속 풍경이 최대한 일치 할 때까지 풍경을 짓는다.

4. 나무가 필요하면 옮겨 심고 서리가 필요하면 겨울까지 기다린다.

5. 실제 풍경이 완성되면 가장 마음에 드는 빛과 공기를 만날 때 가지 그곳을 오가며 촬영 을 반복한다.

6. 필름이 완성되면 스캔을 받고 약간의 색보정 작업을 한다. 

7. 인화할 미디어타입을 테스트해 본 후 종이와 사이즈를 결정한다.

8. 출력 후 액자를 고른다.

 

작가노트

이번 작업은 이러한 나의 신화적인 상상들을 사진으로 가시화시키는 작업이다.

신들이 행했던 최초의 작업은 카오스에 질서를 부여해 코스모스로 변형시키는 일이었다고 한다.

 나또한 거룩한 느낌이 드는 어떤 장소를 선택한 후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아 정갈한 땅으로 만들고

신령스런 느낌이 드는 돌이나 나무들을 배치하여 일정한 형태와 구조를 부여함으로써 나만의 은밀한 사적 성소를 구축한다.

그런 다음 그 곳을 오가며 노닐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빛과 공기를 만나는 어떤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나만의 사적 성소를 테마로 한 사진을 완성하기까지는 길게는 서너 달이 걸리기도 하는데

빨리 완성해야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기간만큼은 마음속에 온통 나만의 사적 성소에 대한 성스러운 느낌이 가득 차 있어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척박한 현대인의 삶에서 잠시나마 비켜나 나만의 성소에서 피안을 꿈꾸는 순간은 내 영혼을 정화시키고 충만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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