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림이야기

초보자도 편안한 여백의 미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5. 29. 13:19

 

한국화 50년 대가의 그림 속 이야기

前 전남대학교 교수 木丁 방의걸(方義傑) 화백 개인전

 

50여년 오롯이 한 길만을 걸어온 한국화가 목정 방의걸 선생이 17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오랜 시간을 거쳐 탄생한 작품인 만큼 작품 곳곳에 작가의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가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전의 주제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평면적인 표현이 주된 한국화에서 공간이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방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독특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방 화백의 그림에는 여백이 많은데,

이 여백을 통해 눈 뒤로 가려진 무한한 공간을 느끼게 해준다.

또, 얇은 화선지가 먹을 머금었다가 내뱉으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을 통해서 화폭 켜켜에 배어 있는 입체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칠순이 넘은 방 화백은

‘그림은 평생 자신이 그 안에서 울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놀이’라고 한다.

 화폭을 이렇게 저렇게 나눠 보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과 기운의 흐름을 다잡아 보려는 것이 한 평생의 노력이었다고 한다.

그림에 있는 물고기나 꽃도 공간과 기운을 모으고 풀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있는 것 같은... 공간의 운용” 이것이 방 화백이 말하는 공간의 미학이다.

 

 

 

동행_70.5x26cm_수묵담채

 

 

이번 작품전에서 또 한가지 흥밋거리는 것은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공부해서 터득한 다양한 붓놀림을 들 수 있다.

그의 그림을 멀리서 보면 고요한 듯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힘차고 거친 선, 공간을 나누는 단호한 선, 먹이 한데 어울려 만든 묵직한 중압감, 먹이 부서지는 파편 등이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방 화백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먹이 단순한 검정이 아닌 다양한 빛깔과 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방 화백은 산수화뿐 아니라 문인화(文人畵)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절제된 듯 하면서도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는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흔히 한국화라면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있는 딱딱한 그림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방 화백의 그림은 그렇지 않다.

방 화백의 문인화는 초보자들까지도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미소 짓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문인화가 장난스럽거나 가벼운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문인화는 퍼내면 퍼낼수록 차오르는 샘물 같은 깊이가 있기 때문에 초보자에서 전문가까지 모두 감탄한다.

여기에는 방 화백이 가진 철학이 있다

“그림이라는 것이 전문가나 특권층만의 향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친근한 그림을 그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림은 작가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에 친근하다고 해서 쉽게 요령을 부려서는 안 되며

수 없는 고민과 인고의 산물이라는 것이 작가의 부연이다.

 

 

6曲 병풍_39x47cm_6EA_수묵담채

 

 

방 화백은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정서에 맞도록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누구라도 방 화백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사물을 따라 들고나는 기운의 흐름을 느끼고, 여백을 통한 무한한 상상력과 사색의 시간에 빠져든다.

이는 그림은 문인화적 감성으로 공간을 해석하려고한 노력의 결과이다.

결국 방 화백의 그림은 산수화와 문인화의 구분도 의미가 없으며, 표현의 도구를 달리한 자신만의 즐겁고 치열한 놀이인 셈이다.

 

방 화백은 전형적인 은둔형 예술가로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전(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할 정도로 한국화단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대가이다.

  

歸路Ⅲ_34x42.5cm_수묵담채

 

 

 

 

 

 

청전 이상범의 제자인 목정은 홍대 회화과와 

전주대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하고 40여년간 전남대 미술과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등 50여년간 한국화 외길을 걸어왔다.

17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5년 전남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틈틈이 제작해온 산수화와 문인화등 50점의 소품을 선보인다.

작품 속 여백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공간의 이미지
까지 담아온 목정은 “그림은 평생 그 안에서 울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놀이”라며

“거창한 회화 이론이나 철학 사상은 없다. 다만 그리고 싶어 그리고 그냥 그린다”고 담담하게 걸어온 화업의 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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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사동 길에서 들렸던 목정 방의걸 화백 개인전 글을 이제사 올립니다.

이 전시는 지난 5.18-5.24까지 일주일간 인사아트센터 지하에서 열렸던 전시입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올릴까 말까 하다가

개인적으로

여백의 미가 아름다운 한국화라 너무 마음에 와 닿았던 전시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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