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기억속에 기인적(奇人的)인 삶으로 남아있는 '걸레 스님' 중광스님의 특별전 만행(卍行)전을 보고 왔다.
언듯언듯 들리는 소문으로 스님의 행적이 참 기이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보도사진전을 보러 갔다가
스님의 모든 예술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주저없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으로 향했다.
입구의 전시홍보 현수막은 스님의 퍼포먼스를 프린트해서 기인적인 스님의 삶을 더욱 강조한다.
스님에게 왜 '걸레'란 별명이 붙었을까?
의문을 풀어본다.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초대전에서 자작시 '나는 걸레'를 낭송한 이후 '걸레 스님'으로 불렸다.>
작품은 모두 3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전시되고 있었다.
1 전시실에서는 <mbc 명작의 무대 - 걸레화가 중광>편을 방영하여 스님을 조금이라도 알고 작품을 마주하게 한다.
태어나 청년기까지 살았던 제주도와 동심의 세계를 스님의 감성으로 표현한 공간이다
2전시실은 중간에 스님의 도자기가 전시되고 벽에는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동심>
비뚤빼뚤 어린아이들 화첩에서 나 볼 수 있는 그림들
스님의 자유로운 영혼은
어쩌면 이런 어린아이의 감성을 표현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다
3전시실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님의 그림이 있었다.
1983년에 그린 <동심>
어린아이의 얼굴 하나로 그들의 모든 것을 표현한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그들 마음속에 피어나는 모든 꿈과 사랑까지도 ....
<무제> 1989년
이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도 <삼다도 설화>와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문> <남근상>
스님이 불교계에서 승적이 박탈되고 이단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사랑>
승적을 박탈 당했지만 스님의 마음의 고향은 늘 불교임은 작품에 표시된 창작년도에서 알 수 있다.
4전시실
스님의 시에는 그림이나 도자기로 표현하고자 하는 어머니에 대한 사상이 담겨있다.
5전시실도 스님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걸 여자로부터 배웠다고 말하는 스님의 글을 읽으며 여자인 내 마음은 복잡하다
스님이 그린 그림이라고 하기엔 . . . .
그러나 세상의 이목이 두려워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주저하는 예술가들은
거침없는 자기 표현을 하는 스님의 과감한 표현력은 배울만 하다
도자기와 그림이 전시된 3층
스님의 작품 판매가가 있다. 아주 비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만치 않다.
우리가 스님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것이 전시되어있는 3층
스님의 옷과 이영학 작가가 만든 <중광 측면상>
옥수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스님은 늘 그 사람을 바라보고 사랑했던 모양이다.
출간한 책과 원고
먹물을 뒤집어 쓴 스님
섬뜩한 모습의 먹물 흐름과는 다르게 웃고 있다.
마치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다는 것처럼
어느 배우가 이런 퍼포먼스를 자유롭게 할 것인가?
인도에서 왕자로 태어나 중국에서 선종을 꽃피운 달마대사
소림사에서 면벽 수행을 하고 무술을 하였다는 달마대사
고기를 먹는 스님이었다는 달마대사
모든 걸 틀에 얽메이지 않고 자기의 방식대로 풀어낸 달마대사를
중광스님은 닮고 싶었는지 전시장에는 달마도가 유난히 많다.
7전시실에서는 영화 허튼소리가 상영된다
보고 싶었지만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
8전시실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학을 많이 그린 스님
68세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게 아쉽다.
예술을 향한 열정이 너무 과해서일까?
마지막으로 남긴
"괜히 왔다가 간다."
란 말은 선문답 처럼 들린다.
9전시실
참 예술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다.
모든 예술가들이 새기며 정진해야할 부분이다.
"자기의 예술에서 도를 느낀 흔적을 보여주는 것"
마지막 10전시실에도 달마도는 많다
전시장을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스님의 글씨 <대도무문>
자우롭지만 그 속에 꼿꼿함이 숨어있음을 발견한다.
스님의 생애처럼 자유인으로 살아갔지만
마음 바탕에 있는 불교를 향한 굳은 심지처럼. ....
스님의 기행으로 인해 승적을 박탈 당한 것은 어쩌면 스님의 넘치는 예술적 끼를 마음 껏 발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ㄱ다.
스님은 모든 세속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 껏 동자와 학 동자상을 그려냈으며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를 먼저 알아본 사람은 버클리대의 동양학과 교수인 <루이스 랭카스터>이다.
스님의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그분의 삶에 더 촛점이 맞춰져있던 당시에
미국의 한 교수가 아니었으면 그냥 기인으로만 남았을 중광스님이
예술가로 조명 받고 사후에도 이런 작품들로 우리의 정신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서 본 <보도사진전>이 눈에 보이는 사진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닦는 것이라면
이 번 <만행>전은 우리의 내면을 들어다 보며 참선을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닦는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우리시대 한국서화 거장시리즈 2_걸레스님 중광 <만행>展 우리시대 한국서화 거장시리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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