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어머님과 함께 이불속통을 만들었어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0. 13. 00:08

 

어머님과 함께 이불속통을 만들었어요.

 

큰딸이 산달이 가까워지니 아기 이부자리도 준비해야하는데 백화점을 둘러보니

요,이불 한 벌에 5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이 많았어요.

그러니 마음 놓고 살 수도 없고해서

호청은 딸이 좋아하는 것을 사고

이불 속은 집에서 만들기로 했어요.

 

 제가 시집 올 때  친정 어머니께서 직접 농사지은  목화솜으로 만들어

어른들께 예물로 드린 이불이 멀쩡하게 농에서 잠자고 있는 것도 아깝고

또 천연소재이니 신생아에게 이보다 더 좋은 솜이 없을 거란 생각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쪼금 죄송하네요.

실제로 이불속통은 솜씨 좋은 어머님이 만드시고

저는 옆에서 거들기만 했으니까요.

 

 

자 그럼 어머님과 함께 이불속통 만들기를 해 볼까요.

 시어른들께 해드렸던 목화솜 이불을 의성시장에 있는 솜타는 곳에서 탔어요.

이불 한 채를 타니 10근이 넘더라고요.

양이 많아서 어른 이불 한 채와 아기이불 한 벌을 만들기로 했어요.

 

어른들이 어쩌다가 한 번씩 덮으셔서 새 것 못지 않게 솜이 깨끗하고

다시 탄 솜이라 만져보니 뽀송뽀송하고 포근하니 촉감도 너무너무 좋았어요.

 

 

 솜을 쌀 천은 흰색 면을 떠서 만들었어요.

다락방에 모셔놓은 어머님이 평생을 쓰시던 재봉틀에서 일을 하시는 어머님은

오랫동안 틀일을 하지 않으셨는데도

방금 전에 했던 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척척 박아나가시네요.

 

저는 옆에서 거든다고 천을 잡아당기니

삐뚤어지게 박히게만 한다고 그냥 두라네요.

 

 

어머님은 어떤 일을 하시던지 진중하신데

이 번 틀일은 태어날 증손의 이불은 만드는 일이니 더욱 진중하신 것 같네요.

 

 

 반듯하게 박아서 만든 천에다가 솜을 놓네요.

솜을 한 장 한 장 펴서 고르게 평평하게 만드는 게

이불속통을 잘 만드는 비법인 것 같네요.

 

 

솜을 다 펴서 놓고 나서

가장자리의 천과 솜을 함께 감침질로 꿰매네요

 

 

 한 쪽면을 창구멍으로 남기고 삼면의 가장자리를 다 꿰매고 나서

솜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비닐종이나 나일론 보자기를 펴고 뒤집기를 하네요.


 

뒤집는 게 힘은 드시겠지만

기분은 좋은 모양이네요.

 

 

마지막으로 뒤집을려고 박지 않고 남겨놓았던 창구멍을 꿰매니 이불 속통이 완성되었어요.

 

 

오늘 이렇게 어머님과 다락방에서 이불속통을 만들면서 보낸 한나절이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르겠지요.

 

훗날 내 태어날 손녀

그애가 철이 들었을 때 

증조 할머니가 만들어 준 이불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있겠지요.

 

 

82세란 연세에도 아직 이렇게 바느질을 할 수 있고

수고 하셨다고 작은 돈이라도 손에 쥐어드리면 환하게 웃으시는 

그런 어머님이 계셔서 행복한 날이었어요.

부디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경북 의성군 의성읍에 있는 의성시장에 가면 아직 옛날방식 그대로

솜 타는 곳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