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지금은 이사중입니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0. 26. 07:29

 

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 아침입니다.

오늘 14년을 살던 집을 떠나는 날이라  아침 날씨 만큼이나 기분이 조금은 쌀쌀하네요.

 

결혼해서 여섯 번째의 이사를 하는 이 번은

이전의 이사와는 또 따른 성격의 이사라 남편이나 저나 기분이 썩 즐겁지 만은 않네요.

 

 

 

 

 다섯 번의 이사를 하고 난 후에 지은 이집에서 우린 평생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집을 정성들여 지었지만

이제 아이들을 따라 서울을 드나드는 일도 많아지고

어머님이 연로하셔서 시댁도 자주 드나들다보니

여러군데의 살림을 관리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이 집을 정리하기로 해서 하는 이사라 그런 기분이 조금 더 드는 것 같네요.

특히 남편의 기분은 더 그런 것 같네요.

 

 

 

대로변에 남들에게 세를 주는 상가도 있는 집이 신기했던지 

남편은 이집으로 이사와서부터 지금까지 계단 청소를 하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했어요.

 

 

 

 

내가 "계단이 그렇게 더럽지도 않은데 뭐할라고 청소를 그리 자주하느냐?"고 하면

"노느니 운동삼아 하지 뭐" 하면서

언제나 계단을 반잘반질하게 손질해놓고 즐거워했으니 그 기분 알만도 하네요.

 

 

그러나 이제 우리의 힘에 부치는 일은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어느 한 곳을 정리할려고 하니

서울집은 막내가 아직 학교에 다니니 정리할 수가 없고

어머님이 살고 계신 시댁은 이제 노인의 거처를 옮길 수도 없으니

퇴직을 한 가족인 우리가 

우리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곳에 살 기를 고집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섭섭하지만 이 번 이사를 결정하게되었네요.

 

 

 

세 아이들을 모두 대학을 보내고

우리의 인생 황금기를 보낸 이집을 떠난다는 것이 울적하긴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 영원한 내집이 어디있겠어요.

또 정붙이고 살다보면 거기도 내집이 되겠지요.

 

 

이제 서운하지만 조금은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서울과 시댁을 오가는 생활에 적응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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