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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시고모님댁에서 사과도 따고, 시고모님 사랑도 듬뿍 안고 돌아왔습니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1. 5. 18:02

청송 부동면 주왕산 밑에 있는 시고모님댁에 가서 사과도 따고

시고모님 사랑도 듬뿍 안고 돌아왔습니다.

 

농촌 일이 새벽부터 시작하지만 우리는 전문 일꾼이 아니라고 8시부터 밭으로 나갔습니다.

8시가 넘은 시간에도 사과밭 주변은 안개가 자욱합니다.

이렇게 안개가 많이 끼고 일교차가 클 수록 사과는 당도도 높고 빛깔도 예쁘게 난답니다.

싱싱한 어린나무라 이슬 머금은 사과도 너무 싱싱합니다.

오늘 작업할 사과나무 밑에 상자들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많은 상자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사과를 따는 일은 다른 농사일에 비해 훨씬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내손으로 직접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사과가 탱글탱글하니 너무 맛있어보이지 않나요?

 

꼭지를 요리조리 돌리며 따 담다보니 점심 때가 되었고

긴 밭고랑에 늘어서 있는 상자에 사과가 가득가득 담겼습니다.

이 맛에 팔순을 바라보는 시고모님은 늘 바쁘게 일하시는 모양입니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했더니 요런 마른기스를 몇 상자 줍니다.

농촌의 바쁜 일손도 돕고 사과도 얻어오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습니다.

 

 

집에와서 어머님께 깍아 드렸더니 청송능금이 최고라며 좋아하십니다.

 

 

 

나에게는 두 분의 시고모님이 계십니다.

두 분 고모님은 제가 시집을 온 이후로 우리집안의 대소사에 언제나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지요.

30년이 넘는 세월에 얼마나 정이 들었으면

때로 그분들이  시할머님 제사라도 참석하지 못하시는 날에는 제가 더 섭섭해지고 그렇습니다.

그런 시고모님이 계시는 게 너무 좋습니다.

 

특히 큰 시고모님이신 청송 고모님은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아들이 짓는 농사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제가 나중에 저 나이가 되어도

아무 기대없이 저렇게 열심히 자식 일을 도와줄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열심히 사십니다.

 

이 번에도 우리가 간다고 했더니 반찬을 열 가지도 넘게 만들어 놓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십니다.

아침에 일찍 밭에 나가야 하니 따뜻한 국을 끓여서 아침밥을 먹어야 된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국을 끓여 아침상을 차려주시는 어른의 모습은 제가 본보기로 삼아야 될 것입니다.

 

돌아올 때도 고모님이 키운 것들을 하나라도 더 줄려고 컴컴한 집 뒷쪽을 여러번 드나드시면서

콩이며 배추나 호박을 자꾸자꾸 싫어주십니다.

힘들여 농사지은신 것 고모님 아랫사람들 주기도 바쁘실텐데 그만 두시라고 하면

 "그 아아들 줄것도 있다."고 하시면서 차 드렁크와 뒷자석 가득하게 싫어주십니다.

 

그런 시고모님과 하룻밤을 한 방에서 자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고모님 살아계실 때 또 언제 고모님댁에서 묵어갈지 기약은 없지만

되도록 자주 찾아뵙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