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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대박 국수 집 가보니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1. 16. 23:45

 

 

오늘은 날이 흐릿해서

하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니 잠도 잘 온다.

자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날은 어두어지기 시작한다.

흐린 날이라 더 빨리 어두워진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운동복을 챙겨입고 동네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둑해지기 시작한 강변에는 선선한 날씨에

운동을 하거나 놀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아마 마지막 가을바람을 느끼려는 사람들일 게다.

 

 

 

 

 

 

 

 

 

슬슬 걷기를 한 시간쯤 하고 난 우리는 

출출해진 배를 그 이름도 유명한 15억 대박 국수집에서 채우기로 하고 광명시장을 찾았다.

시장에 갔다가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보면

늘 사람들로 문전 성시를 이루는 곳이 바로 홍두깨 칼국수집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저녁 시간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거릴 줄을 미처 몰랐다.

 

 

이 집은 일반적인 식당들이 주방이 안쪽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주방이 식당 전면을 모두 차지하고 개방되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커다란 곰통들로  계속 국숫물을 끓이는 것도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국수를 만드는 아저씨의 손놀림이 멈출 새가 없는 것도 누구나 볼 수 있다.

 

홍두깨로 밀어서 칼로 썰어 만든다고 '홍두깨 칼국수' 이름으로 불려지는 이 집 국수는

우리 안동지방에서 만들어 먹는 콩가루를 섞어 반죽해서 밀어 가늘게 썰어 만드는 국수가 아니라

밀가루 만으로 반죽해서  우동처럼 굵게 썬 것이 특징이다.

 

 

 

저녁 7시

1,2층을 가득 메운 손님들을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 국수를 삶는 아줌마들의 손놀림도 모터를 단 것 같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빨리 저 국수를 먹으러 들어가야 될 것 같다.

 

 

우리도 얼른 먹으러 안으로 들어가니 이런 광고가 벽을 도배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오른쪽 잔치국수(1000원)와 칼국수(2500원) 뿐이란다.

눈으로 보기에도 국물이 진한 느낌이다.

 

 식탁에는 늘 양념간장이 준비되어있고 김치도 사람들을 기다린다.

 

 

반찬은 단 한가지 김치 뿐이다.

우리 안동에서는 칼국수에는 기본으로 조밥과 쌈이 나오고 반찬도 대여섯가지는 기본인데.....

하긴 가격을 생각해야지만(안동의 칼국수는 5, 6000원은 한다)

 

고명으로 얹은 김과 통깨가 고소하게 보인다.

국물을 먹어보니 그 큰 곰통들의 힘이 느껴진다.

국물맛이 얼마나 진하고 구수하던지

'국물 맛이 끝내준다.'는 그 말이 퍼뜩 떠오른다.

양도 아주 푸짐하다.

 

 

국수의 간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딱 알맞다.

칼칼한 걸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먹으면 되고

 

 칼칼한 걸 좋아하면 이렇게 양념장을 타서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적당하게 움직이다 먹은 오늘 저녁 칼국수의 맛은 옛날 엄마의 손맛이라 더욱 따뜻했다.

 

계산을 하면서 메뉴판을 본다. 

아직도 이런 가격대의 국수가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시골도 아닌 수도권에서 말이다.

아마도 이집에서는 박리다매로 이익을 얻는 모양이다.

 

물을 셀프로 한 것과

단일 품목 반찬인 김치도 중국산이니 가격을 낮추는데 한 몫 했겠다.

 

물가가 비싼 요즈음 한 끼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오 륙천원은 들어야 하는데

이 홍두깨 칼국수집에서는 단돈 천원에도 해결할 수 있으니

주변환경이나 반찬이 좀 부족하다 싶어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양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태를 말해 주는 단면일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