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겨울의 초입에서 농촌을 돌아보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1. 26. 14:40

 

어제는 가까운 농촌을 다녀왔습니다.

촌아지매라 할 수 없습니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로 들어가는 초입의 농촌 냄새를 맡고 싶었거든요.

 

광명시 옥길동

그곳은 딱히 농촌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농촌이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분명 주변에는 농토가 많지만 농가로 느껴지는 집은 그리 많지않고

작은 공장들이 많은 그런 동네입니다.

 

 

광명 스피돔 옆의 다리를 건너 들어간 옥길동에서 처음 만난 풍경입니다.

며칠 전의 추운 날씨를 생각나게 하는 배추밭의 모습입니다.

저기서 잘려나간 배추는 벌써 김장으로 김치냉장고에 들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작은 배추밭에 남아있는 배추는 정신이 없고.   지난 가을 부지런히 다녀갔을 농장주의 차바퀴 자국도 선명합니다.

 

 

어느 농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했을 상추밭도 차가운 서리 맞아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것 같습니다.

 

 

 같은 추위를 겪었지만 다른 모습의 채소들입니다.

사람들도 그 능력에 따라 어려움을 이기는 능력이 다를 거란 생각이 언뜻 듭니다.

 

 

갓나물을 채취하는 부부는

돈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아까운 걸 버릴 수는 없다고 열심히 손놀림을 합니다.

농부는 기르는 곡식들이 자식같아서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이라도 훌쩍 버리기가 아깝답니다.

 

 

 

늦게 결실을 한 콩은 주인의 눈길도 받지 못하고 , 마지막 달콤한 맛을 즐기는 파리의 입 놀림은 바쁩니다.

 

 

 

무더운 여름날 주인의 땀을 식혀주었을 은행나무 아래의 간이 의자는 홀로 묵묵히 밭을 지킵니다.

이제 내년에나 사람 냄새를 맡을 것 같습니다. 

 

 

작은 또랑을 건너는 임시다리 너머로 요즈음에 어울리지 않는 파아란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 우리들의 식탁에 오를런지 아직도 창창한 미나리랍니다.

 

 

 

사람이나 채소나 병들고 쓸모가 없어지니 이렇게 버려집니다.

죽기 전에는 건강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지난 여름 그렇게 농부의 땀을 빨아 먹었던 잡초도 이젠 그림으로 남아있고

곡식들의 목마름을 달래주던  고무물통도 단풍잎 하나 안고 쉬고 있습니다.

 

 

 

요 파릇파릇한 시금치는 겨울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겨울이면 우리들의 식단을 풍성하게 해 주는 몇 안되는 녹황색채소지요.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는 이 냉장고에는 또 어떤 것들이 내년 봄을 기다리는지 궁금합니다.

쓰다 남은 농약일까?

아니면 쓰다가 보관하는 농기구일까?

 

 

아직 거둬들이지 않는 두 배추의 모습이 너무도 다릅니다.

주인이 정성들여 묶어놓은 건 추위로부터 안전했지만  그냥 둔 것은 얼어서 상품 가치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준비하고 대비하는 삶을 살 때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이 되겠지요.

 

 

 

 이 막걸리병의 의미는 무억인지 모르겠네요.

먹다가 상해서 버렸는지 아니면 상해서 내년에 거름으로 쓸려고 하는지 . . . .

 

 

 

지난 여름 농부들의 농사에 힘이 되어주었던 오이넝쿨 지주와 단풍도 조금 남은 가을빛에 붉게 탑니다.

 

 

거둬들인 무청은 겨울 먹거리(시래기)로 다시 태어나기위해 얌전히 쉬고 있습니다.

 

 

들판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마을 앞 비닐 깃발이 눈부십니다.

마치 내년의 농촌을 지키겠다는 파수꾼처럼 말입니다.

 

 

하루의 오후에 돌아본 옥길동

 해는 벌써 서쪽 하늘을 기웃거리고

 

 

돈 안되는 배추 농사를 지은 이 부부의 손길은 그래도 바쁩니다.

자식같은 농산물을 버릴 수는 없잖아요.

 

 

이제 이 연탄재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 겨울도 점점 깊어지겠지요.

깊어지는 겨울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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