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김장하면 고부간의 사랑도 깊어집니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2. 3. 20:58

 

 

 

 

  

그저께부터 오늘까지 김장하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배추김치 , 파김치 , 곤짠지(무말랭이)

온 집안이 김치로 가득합니다.

힘은 들었지만 보기만해도 배가 부릅니다. 

 

처음부터 끌날 때까지 어머님과 함께해서 고부간의 사랑도 깊어졌습니다.

 

 

배추는 껍질이 얇고 겉은 파릇하며 속은 노릇하니 맛있는 걸로 50 포기 준비했습니다.

배추를 생으로 먹어도 달작지근하니 너무 맛있습니다.

 

포기가 큰 배추는 반은 칼로 뚝 자르고

다시 2등분 하는 것은 이렇게 뿌리 부분만 자릅니다.

물에 어느 정도 절여지면 한 쪽씩 들고 가르면 됩니다.

처음에 바로 끝까지 자르면 잘려나가는 부분이 많아 찌끄러기가 많아집니다.

요것도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빨리 절여지게 하려고 물을 뜨뜻하게 데워 소금간을 해서 절입니다.

어느 정도 절여졌다 싶으면 줄기에 소금을 사이사이 넣습니다.

 

이렇게 절여 10시감 쯤 절였더니 적당하게 절여졌습니다.

어머님은 김장 배추는 절임이 김치맛을 좌우하니 제대로 절여야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덜 절여지면 물냄새가 나고 맛이 없다고 하십니다.

 

이 양념은 멸치와 다시마, 황태를 고아 국물을 내어 찹쌀을 넣어 끓인 죽에

고추가루와 육젓, 배즙. 까나리 액젓을 넣은 것입니다.

 

우리집 김장의 맛을 내는데 아주 크게 공헌하는 것들입니다.

황새기(황석어)와 청각입니다.

 

황새기는 싱싱한 생물을 사서 머리와 꼬리는 푹 고아 국물을 내어 양념에 넣고

청각은 깨끗하게 씻어서  파, 갓, 미나리, 무 채썬 것과 함께 양념에 버무립니다.

 

황새기 몸 부분은 잘게 다져서 양념에 넣습니다.

황새기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고 산뜻한 맛이 납니다.

 

요렇게 모든 양념을 섞어서 김치를 버무립니다.

보시기에도 맛나 보이지요?

이렇게 버무린 김치가 김치 냉장고에 가득합니다.

시누이들도 한 통씩 들어다 먹기에 좀 많이 담았지요.

냉장고에 넣고도 세 통이 남았습니다.

가까이서 혼자 사시는 육촌 아주버님께도 한 통 드리고

두 통은 어머님과 우리 가족이 바로 먹을 겁니다.  

 

쪽파도 두 단 사서 마른 오징어 넣어 파김치도 담았고요.

 

물김치도  많이 담았습니다.

배추 절임 중에서 좀 덜 절여졌다 싶은 것은 이렇게 물김치로 담습니다.

물김치 속은 쪽파, 무, 미나리, 갓을 약간 절여서 넣었습니다.

 

 

물김치의 사이사이에 무도 절여서 넣습니다.

이 때 무 절인 물은 바로 물김치에 넣습니다.

그래야 무의 달고 시원한 맛이 국물에서 나지요.

 

어머님이 드실 것은 항아리에 우리가 먹을 것은 통에 담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넣어뒀다가 사흘 후에 물을 끓여서 붓습니다.

 

물을 식혀서 붓기 전에

고추가루, 마늘, 생강, 배즙, 청각을 주머니에 싸서 주물러서 물에 우려낸다음 주머니는 항아리 중간에 넣어둡니다.

맛이 들어 먹을 때 검정깨와 실고추만 고명으로 얹어 먹으면 됩니다.

 

우리 어머님표 곤짠지(무 말랭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머님표 곤짠지는 양념맛에 맛이 달린 게 아니고 무에 달린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무말랭이 무는 크고 튼실한 것을 썰어 말리는 게 아니라

작고 단단한 것을 썰어 살짝 얼려가면서 말립니다.

 

그렇게 말려놓은 무말랭이는 그냥 먹어도 달작지근하고 아삭거리면서 쫄깃한 게 그 이상 맛있는 무말랭이는 찾을 수 없답니다.

거기다가 메주콩 삶을 때 떠놓았던 콩물과 물엿에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리면 그보다 더 맛있을 수 없습니다.

올해의 곤짠지도 버무리면서 먹어봐도 맛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곤짠지에 고춧잎 말린 것을 넣는 것도 필수입니다.

 

 

어머님과 함께 온 이틀 동안 김장을 하였습니다.

내친구는 자기 시어머님은 김장을 해도 손 하나 까닥하지 않으신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늘 어머님이 고맙습니다.

어머님은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같이 하십니다.

며느리인 제가 어떤 때는 힘들게 하시는 게 죄송해서 그만두시라고 해도

" 내가 뭐 하나?  니가 다하제."

하시면서 끝까지 같이 하십니다.

그런 마음으로 언제나 함께 하시는 어머님

부디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아이들의 할머니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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