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부처님의 손-관조스님 사진전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6. 6. 09:30

 

 

오랜만에 봉은사를 찾았다.

봉은사의 독실한 신자이신 당숙모님을 뵙기도 하고

오랜만에 서울 번화가의 오래된 절의 모습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봉은사 출입문인 진여문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있지않은가.

<관조스님 사진전>

두 말 할 필요없이 미륵전으로  스님의 작품을 만나러갔다.

 

 

 

 

 

6월 6일

전시기간의 마지막이다.

하마터면 스님의 귀한 작품을 보지 못할 뻔했다.

 

스님의 절집 문살이나, 떨어진 꽃잎, 이끼 낀 바위들은 보았지만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보일지 궁금하다.

 

관조스님

1943년 청도에서 태어나셔서

14세의 어린 나이로 출가하여

2006년 11월 20일 세수 64세요, 법랍 47세로 입적하셨다.

 

스님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당신의 소회를 묻는 제자들에게

"삼라만상이 천진불이니, 한줄기 빛으로 담아보려고 했다. 동서남북에 언제 바람이라도 일었더냐!"

답하셨단다.

 

바람을 찍고 싶어 하셨다는 스님

극락세계에서도 바람을 찾아다니실까?

 

 

허겁지겁 올라간 미륵전

부처님 오신날 기념 사진전 <부처님의 손>이란 현수막이 붙어있다.

'어떤 손의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오른 미륵전 밑 전시장

작품들이 전시된다고 하는 걸 알려주는

작품을 걸어두었던 자리와 판매가격,

홍보물과 축하 화분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작품은 딱 한 점이 걸려있다.

 

전시기간은 아직 남았는데

작품을 걸어두지 못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아마도 패쇄 된 공간이 아니어서

50만원씩이나 주고 산 작품들을 잃어버릴까봐

구입한 사람들이 가져갔을 거라는 추측을 해보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전시에 맞춰 각각 다른 부처님의 손의 모습이 어떤 이름을 가지는 지를 가르쳐준다.

손의 모습에 따라 이름도 표현하고자하는 뜻도 다른 수인.

늘 외워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아둔한 머리이다.

 

'부처님의 손'은 불교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함께

부처님의 손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강은교·김광규·김기택·김용택·도종환·문정희·안도현·오세영·유안진·이근배·이문재·정현종·허만하 등

시인 19명의 글을 통해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미륵전 뒤쪽 옹벽에 설치된 사진들

흑백으로 처리한 사진들이라 그 무게감은 더 크다.

 

 

경주 남산 약수골 마애여래입상|통일신라|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산1-1

 

가슴에 손을 얹었을뿐인데

우리도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을 한 번 체크해봐야할 것 같다.

한 장의 사진이 백마디의 말보다 강함을 알 수 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생전에 20여 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던

관조(1943-2006) 스님의 유작 중에서 20여 점을 엄선한 것이다.

 

 

 

 

우리나라 불상 수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사진도 최고지만

덧붙인 시인들의 짧지만 강한 글도 최고다.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 약사여래좌상|통일신라|경상북도 경주시 동천동 산4

 

손안에 든 것이 약인 모양이다.

부처님의 설법은 우리 삶을 아름답게 치유해주는 약이라는 뜻일 것이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관조스님 문도회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걸친 우리나라 불교 수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했다"면서

"관조스님이 추구했던 '사소하고 작은 것을 통해 전체를 보고자 한 화엄세계(一微塵中含十方)'의

정신을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된 사진을 둘러보고 돌아서는 길

봉은사 미륵불을 올려다 본다.

 

내세에 우릴 구하러 오신다는 미륵불

지금은 깨긋한 저 부처님의 손도

훗날 어떤 깨달음을 주는 아름다운 손으로 다시태어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