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떤 사진을 소장할까?-침묵의 이미지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7. 25. 16:00

 

 

 

 

과천 서울대공원 옆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 중

침묵의 여러가지 의미가 이미지화 된 작품들을 전시한다고 하여 다녀왔다.

 

 

 

 

 

 

 

 

소장한 사진들을 전시한다고 하니

현대미술관은 어떤 사진들을 소장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무더운 날씨에도 더운 줄 모르고  다녀온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다다익선>이란 이름의

10003개의 TV모니터로 구성된 작품이 반긴다.

고인이 된 그가 24년 전에 벌써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언제나 경이롭다.

 

 

 

 

 

 

 

사람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세계의 비디오 아트계를 이끈 그가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하고

3층 6전시실에 마련된 <침묵의 이미지>전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역시 미술관 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며 올라간 전시실에는

'아 ! 이래서 소장을 하게 되었구나!'

란 느낌이 드는 우리 사진계를 이끌어 가는 대가들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장내에서 촬영은 절대 금지라

인터넷 상에 있는 몇 개의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전시 이야기를 들어본다.

 

 

 

<침묵의 이미지>

영어의 ‘silence’는 침묵, 고요, 정적, 적막 등으로 번역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키워드들에 초점을 맞춰, ‘silence’의 여러 의미가 이미지화되는 작품들을 아우른다.

물리적인 소리가 제거된 적막한 풍경이나

인간의 부재로 인해 정적으로 채워진 공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

영원한 침묵으로서의 죽음 등이 키워드가 되어 사진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점을 제시해 본다.

 

 

 

#1 적막한 풍경

 

시간에 쫓기는 인간이 소란스러운 존재라면, 시간의 흐름에 무심한 자연은 종종 고요함의 이미지를 띤다.

, 바다, 나무, , 안개, 바위 등 자연물의 이미지들은 오랜 시간의 흐름과 축적을 암시하며,

그 결과 고요하고 명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마치 세상의 소요가 전부 사라진 이후의 세계처럼 보이는 이 풍경들은

자연 속에서 완벽한 평온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이 반영된 듯하다.

빛의 균등한 사용은 화면의 평면성을 부각시키며 무한한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구본창 <시간의 그림>.1998ㅡ2001

 

<시간의 그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금이 가고 먼지가 쌓인 공간을 촬영한 사진이다.

이 작품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소재에 관심을 기울이고 세밀한 사진 작업을 통해

그것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구본창의 작업 성향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그가 보는 자연의 흔적은 인간, 나아가 우주의 생명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며,

또한 그것은 숨쉬는 형태, 즉 생명력을 가지는 형태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이렇듯 삶과 죽음을 보는 그의 태도는 좀 더 관조적이 되었으며, 따라서 작품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명호 <나무 시리즈>

 

이명호는 흰 천막을 배경으로 찍은 나무사진으로 일반에 이름을 알렸다.

자연의 나무 뒤에 거대한 캔버스를 세워 자연을 떠 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바다연작은 사막 위에 캔버스를 뒤집어쓴 이들을 투입해 만든 작품이다.

지평선 위에 하얀 캔버스가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이명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에 캔버스를 실제 대상에 설치하고 있는 셈이다.

캔버스를 자연 속에 살짝 담갔다가 꺼내는 것을 통해 '또 다른 무엇'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배병우 <오름 시리즈>

 

그의 사진은 한 폭의 한국화를 떠오르게 한다.

 그의 사진에서 한국화를 느끼는 것은 비단 화면 구성이 주는 여백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 신비스런 빛의 효과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선의 강약과 대지의 농담을 만든다.

실제 그는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으로부터 풍경에 대한 철학적 영감을 얻고 있음을 일찍이 밝힌 바 있다.

 배병우의 산은 광선의 효과로 인해 자신을 드러내지도 솟음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다만 대지의 한 부분으로 존재할 따름이다.

숲의 생명력이 나무들이 더불어 사는데 있는 것처럼

배병우의 사진에 이제껏 등장했던 대상 즉, 바다·소나무·오름들은 대지의 한 부분이며 땅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들이다

 

 

 

# 2 부재의 공간 · 정적이 흐르는 방

 

의자가 가득한 예식장, 서가로 둘러싸인 공공도서관, 계단이 보이는 복도, 도시 근교의 놀이동산.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공간들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공간에서 사람을 배제시키면, 그 부재(不在)가 부각되면서 다양한 효과가 발생한다.

웨딩홀이라는 공간에서는 결혼 예식이라는 관례 자체의 허구성과 조잡성이 부각되고,

놀이동산에서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연출된다.

공공도서관과 미술관의 텅 빈 실내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공간 자체의 영원성이 느껴진다.

 

 

 

 

구성수 'Magical Reality'

 

최근 10여년 사이에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이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대상이

사람에서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그것은 독일 유형학적 사진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동 시대사회. 문화적인 현상의 주체가 사람에서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간에 사람이 지배당하고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구성수도 그러한 맥락에서 동 시대의 여러 사회문화적인 공간과 조형물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작가의 관심사는 서양문화가 한국사회에 수용되면서 발생한 모순된 현상과 부조화 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이 화려하고 자극적이면서도 왠지 유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가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특정한 현실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새롭게 그 의미가 읽혀지고 있다.

 그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의 모더니티는 서구 모더니즘과는 다른 수용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이를 머금고 있는 모습들을 현재의 일상 속에서 찾아 제 삼자의 입장에서 시각화 하였다.



 #3 소통의 부재

 

침묵은 그 자체로 의사소통의 중요한 표현이다.

그것은 종종 동조나 망설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무관심이나 불편함, 다툼, 분노 등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의 소통의 단절은

고독한 군중, 가족의 해체, 특정 계층의 소외 등의 현상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옥선      Oksun and Ralf, 114x96cm, 2002                      Junghee and Micheal, 2002

 

 

 

 

 

#4 영원한 침묵, 죽음

 

 

존 케이지는 완벽한 무소음상태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소리는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대적인 무소음, 침묵의 상태는 죽음의 상태라고 선언했다.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의 죽음을 경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무소음의 상태 역시 경험할 수 없다.

예술에서 죽음은 가장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이다.

이 전시에서 죽음은 고통스러운 이별의 경험으로 이야기되거나 내면의 근본적인 두려움을 상징하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의 단절을 의미하는 박제라는 장치를 통해 새롭게 상기되기도 한다. 

 

 

김아타 <The Museum Project 1998>

 

 

그의 <뮤지엄 프로젝트>는 박물관의 진열장을 연상시키는 상자 안에  인물을 집어넣고 촬영한 시리즈로,

김아타의 사진을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만들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박물관에 놓이는 순간 사물은 유물이 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되는 것이다.

김아타는 "인간이 유리 상자 속에 박제될 때, 잃었던 자유를 되찾게 된다." 라고 역설적으로 주장하며,

패쇄된 공간에서 세상과의 단절을 체험하면서 진정한 자기만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관 소장 사진은?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미술관에서 소장한 사진과 미술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싶은 사진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눈으로 봐서 좋은 사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진들도 많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찍은 것도 있지만

자기가 생각한 사진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서 찍은 사진도 있다.

 

그러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진은 하나같이 사진에 자기의 사상을 불어 넣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의 이미지화가 적절한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왕이면 찍는 사진에

내 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생각은 들어가는 사진은 찍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침묵의 이미지>전에 관한 정보

 

소장품 특별기획전: 침묵의 이미지

 

전시구분 : 국내 전시

전시유형 : 상설전시

전시기간 : 2012.04.06 - 2012.10.31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 제 6전시실

참여작가 : 구본창, 배병우, 황규태, 이명호, 토마스 스트루스, 칸디다 회퍼 등 작품수 : 50여 점

주최/후원 : 국립현대미술관

관람료 : 무료

전시해설시간 : 매일 1시, 4시 (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