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어머님의 사랑으로 자라는 텃밭의 곡식들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7. 18. 12:15

 

시조부님 제사에 시고모님들과 시재종숙모님 내외분이 오셔서

며칠을 바쁘게 보냈어요.

 

제가 조금 힘들기는 하였지만

팔순을 넘기신 어른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시고 즐겁게 노시는 모습에

내년에도 다시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즐겁게 노시던 어른들이

의성마늘 한 접씩을 가지고  어제 오후에 가시고 나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여유롭게  어머님의 텃밭을 둘러보게 되었네요.

 

어머님이 아침에 일어나시면 바로 인사를 드리고

저녁에 경로당에서 돌아오실 때도 인사를 드리면서

 사랑으로 가꿔온 곡식들이 너무 보기 좋네요.

 

 

 

한 달이 넘어서 보는 어머님의 텃밭은

곡식들과 채소들이 얼마나 크게 자랐는지...

없는 것이 없는 그 작은 밭에는 어머님의 사랑이 넘치는 것 같네요.

 

 

어머님이 집 뒤에 있는 이작은 텃밭을 하신지가 벌써 7, 8 년은 된 것 같네요.

젊으셨을 때는 과수원 농사에다 두분 어른들 치다꺼리 하시기만 해도 정신 없으셔서

이런 작은 텃밭에는 신경도 쓰지 못하시다가

시조모님과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좀 여유로워지셨다 싶으니 벌써 연세가 칠순을 훌쩍 넘기셨지요.

 

평생을 부지런하게 사시던 분이라 갑자기 한가해진 어머님은 이곳저곳 편찮으시다고 하시더니만

어느 날부터인지 이 텃밭을 하시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을 시작하시고 몇 년이 흐르고 나서부터는

여기저기 편찮으시다는 말씀을 거의 하지 않으시고 건강해지신 것 같아

바라보는 우리들도 너무 기분 좋아지는 밭이랍니다.

 

 "종일 놀고 일은 쉬는 시간에 잠깐씩 한다." 는 어머님이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본 나는 안다.

농약 한 번 치지않고 밭이 저렇게 깨끗한 것은

개으른 사람의 몫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사랑으로 보살피지 않으면 곡식이 저렇게 싱싱하게 자라지 않는 다는 것을... 

 

 

 

어머님은 상추씨 하나를 뿌려도 시기를 달리하여

항상 알맞은 크기의 상추를 먹을 수 있게 하시지요.

 

 

 

벌써 콩순을 자른 콩도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고 있네요.

양이 적어서 메주를 쑬 정도는 아니지만

일 년 내도록 콩가루로 만들어 시레기 따림이 국도 끓여 먹고

부추도 쪄 멱고 컬국수도 해서 먹지요.

 

 

 

오늘부터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어머님은 이른 아침부터 밭을 둘러보고 비 단도리를 하네요.

비가 내리면 혹시나 썩을 것은 없는지

가지는 부러지지 않을지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호박잎과 양대잎, 깻잎을 속아냈지요.

 

 

팔월 한가위에 어른들의 제사상에 올릴 송편의 속으로 쓸 양대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포도, 치자, 오미자로 색을 낸 피에 풋양대 속을 넣은 송편은

한가위에 모인 친척들에게 우리집의 자랑이 되지요.

 

 

 

호박과 깨꽃도 피어 벌까지 잉잉 거리며 날고 있고요.

 

 

 

이 싱싱한 호박잎을 따서 채반을 놓고 살짝 쪄서

자작하게 찌진 강된장으로 오늘 아침에도 쌈을 싸서 먹었지요.

금방 따서 먹는 그 구수하고 신선한 맛을 어디 시장에서 산 그것에 비교할까요.

 

 

 

알뜰하시기로 주변에 소문이 난 어머님은 여기서도 그 진면목를 발휘하네요.

집안에서 쓰다가 못 쓰게 된 칼이며 가위를 밭에서 배추나 부추를 자를 때 쓰시는 모양이네요.

 

 

 

50평도 되지 않은 이 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이 참깨는

가을에 가둬들여 일년 내도록 우리 식탁에 깨소금 냄새를 풍기지요.

 

 

 

 어머님이 심심화실 때 간식으로 하나씩 따 드시는 방울 토마토와

김장철이면 우리 김치의 매운 맛을 담당해주는 고추도 탱글탱글 잘도 익어가네요.

 

 

 

어머님은 우리 식단에 없어서는 안될 파도 물론 요렇게 시기를 달리해서 파종을 하시지요.

벌써 굵게 자란 파는 찌개나 국, 된장에 넣어서 먹고

보들보들한 실파는 겉저리용이지요.

 

 

 

 

이 들깻잎과 옥수수는 여름 휴가철이면 내려오는 후손들이 너무 좋아하는 먹거리지요.

삽겹살과 찰떡궁합인 들깻잎은 그 향기가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않고요.

 금방 따서 쪄 먹는 이 옥수수의 맛은 생각만해도 침이 고이네요.

 

 

 

요 비닐봉지에는 뭐가 들었을까요?

이밭 곡식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거름이지요.

어머님은 음식물 찌꺼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지요.

이렇게 모아서 썩힌 다음 거름으로 사용하시는 알뜰한 저 지혜는

 제가 본받아야겠지요.

 

 

 

벌써 여물어가는 상추씨도 있네요.

내년에도 우리 어머님의 손 끝에서 다시 무럭무럭 자랄 날을 꿈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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