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눈 내린 날의 참새 잡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 28. 08:24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날이 춥다보니 잘 녹지도 않는다.

고향을 다녀오는 길,

소백산을 넘어 오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눈 덮인 산과 들판을 보며

어릴 적 겨울이면 즐겨하던 놀이 참새잡기가 생각이 났다.

 

 

 

 

 

 

 들판의 곡식들도 거둬들여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면 겨울은 깊어지고,

날씨가 추워져 눈이라도 내려 만산을 덮는 날이면

 참새 떼들은 먹이가 모자라 동네주변의 가시덤불 위에서

재재거리며 집안의 먹을 것을 넘보고 있다가

 사람의 눈을 피해 번개같이 멍석에 널어놓은 곡식들을 훔쳐먹고 달아나곤 하니

그들보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그냥둘 리가 없다.

 머리를 써서 참새 사냥을 할 수 밖에.

 

 

 

 

 

 

 


 방학이 되어 특별히 재미있는 놀이가 없던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햇살이 따스해지면,

집안에 있는 곡식들 중 참새먹이가 될만한 것들 중에

비교적 값이 싼 조나 보리, 수수나 기장 등의

곡식을 한 웅큼씩 들고 마당으로 나가

짚으로 만든 소쿠리와 길이 오륙십 센티미터쯤 되는

막대와 길다란 새끼줄을 준비해서 새 덫을 만들었다.

 

 

 

 

 

 

 

그 덫은 소쿠리를 세워 막대로 지지대를 만든 다음

그 막대에 새끼줄을 매어 길게 늘어뜨려 놓고,

아이들은 참새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헛간이나 집 뒤안에 그 줄의 끝을 잡고 숨는다.

 그리고 그 덫 속에 곡식을 뿌려놓아 그들을 유혹해서

그들이 정신없이 곡식을 먹고 있을 때

지지대에 매어놓은 새끼줄을 재빨리 당겨서 소쿠리가 쓰러지게 하여

그 속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참새들을 생포하는 방법이었는데,

참새가 날아와서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줄을 당겨보지만 참새 잡기는 늘 실패한다.

그래도 실패하면 다시 덫을 만들고

또 만들기를 되풀이하느라 겨울 산속의 짧은 해는 금방 산을 넘어가곤 했다.

 

 

 

 

 

 

특히 눈오는 날의 그 모습은

아련한 추억 속의 풍경으로 남아있는데

참새를 잡아 보았다는 생각은 도통 나질 않으니

방법이 깨나 어설펐던 것 같은 그 겨울의 참새잡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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