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시

아르코미술관에서 중국의 현재를 만나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3. 13. 08:25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부근에 있는 아르코미술관에서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신중국미술전'을 한다고 하는 소식이 들립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중국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라

지금의 중국미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붉은 벽돌 건물이 참 편안하게 다가 옵니다.

 

 

 

밖의 풍경을 건물 안으로 끓어들이는 듯한 설계가 여유로워 보입니다.

 

 

 

매표소 옆에 있는 아르코미술관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번 '신중국미술전'은 국제성을 갖춘 시각예술 전시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제1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전시회가 3월 31까지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다음 주에 고향에 내려간다면 하마터면 보지 못했을 전시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8명인 모양입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이지만

미술관의 말을 빌리면 이번 전시는 복합적인 시공간에 기반을 둔 것이 특징이라니

어떤 작품들일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제가 감명깊게 보았던 몇몇 작품을 미술관의 해설을 빌려 올려봅니다.

 

 이 전시는 제1전시실의‘차이나 아방가르드’의 1세대로 분류되는 50년대 출생작가 쉬빙의 서예작품과

아방가르드 중심의 현대미술 흐름과는 거리를 두고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한 60년대 출생작가인 먀오샤오춘의 영상작품으로 시작한다.

이어 제2전시실에는 70년대에 출생한 작가로 선배 작가들의 치열한 전위정신과 국제적인 성공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들만의 조형언어를 모색했던 리후이와 왕웨이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기대를 하며 들어간 전시장 입구에는 붉은 빛이 시선을 잡습니다.

'리후이'"V"라는 작품입니다.

리후이는 레이저 기기를 이용해 현란한 빛이 내려앉은 오브제를 설치하거나 컴퓨터를 통해 왜곡, 변형된 형태의 조각작품을 창작한다.

그의 작품은 21세기 중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파급되는 혼란의 상황을 묘사한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에도 빛의 예술입니다.

'마오샤오춘' "네오 큐비즘-무중유생"입니다.

 

서정적인 고전음악과 함께 상영되는 이 에니메이션은 서양 미술사의 고전작품을 개작하여 현재화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작가를 닮은 인물들과 그들이 벌이는 사건들은

라파엘아테네 학당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쾌락의 정원 등의 장소에서 행해진다.

 

 

 

장엄한 서사구조가 느껴지는 그의 작업은 고색창연한 중국의 과거와 초 현대화된 대도시로 상징되는 중국의 동시대를 연결하고 있다.

동시에 서양의 전통을 현재와 미래의 출현 가능한 시점과 연결시키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혼재되어 새로운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벽을 쌓는 듯한 작품은 '왕 웨이'"선전 파빌리온" 입니다.

 

왕웨이는 장소, 지점, 문화 혹은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관객앞으로 옮겨놓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왕웨이의 작품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존재하는 선전용 게시판에 중국 전통 건축양식이 어색하게 결합되어 있는 구조물을 재현한 것이다.

그는 대상의 크기와 재료, 외형을 손질해 시간과 장소의 특징이 없는 전시공간에 옮겨 놓고,

우리에게 일종의 복합적인 허구, 즉 자연적으로 발생한 허구형식을 바로 인공으로 조성된 전시실에 옮겨놓음으로써 관람객의 주의를 환기시킨다다.

동시에 그는 은밀하게 감추어진 이중적인 허구와 황당한 현실이라는 일상생활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멀리서 보니 마치 암벽등만을 하는 벽처럼 보이는 이작품은

제2전시실에 설치한 '위앤위앤'  "물거품"이란 작품입니다.

 

초상화가 주를 이루는 위앤위앤의 초기작업은 사회적 관념의 묘사와 그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동시에 포착하는 그의 작가적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초상화들을 확장시켜 하나의 사회적 풍경으로 만들어 낸 것이 이번 전시에 출품된 물거품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의 이미지는 자신의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수집한 젊은 중국인들의 패셔너블한 모습이다.

한껏 멋을 낸 각각의 인물들은 화려하고 장식적이지만 동시에 즉시적이고 일시적인 젊음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한 개인의 모습들이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 되었을 때 결국 느껴지는 것은 시간의 덧없음이다.

동시에 이는 경제적,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해 여념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성이 만연한 오늘날 중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섬뜩한 기분이 드는 이작품은 '천웨이'"새 한 마리의 소생을 기다리며" 랍니다.

 

천웨이의 작업은 관객이 그 내부로 들어가 체험하고 유희할 수 있는 어떤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 세계는 이성과 지식이 아니라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고요한 감각의 과정을 통해 접근하는 세계다.

작품 자체가 작가 스스로 내면을 관조하여 얻어낸 어떤 심상을 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업의 핵심은 작가의 내면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들 모두 갖고 있는 경험의 세계들과 접속시킴으로써

무한대의 세계로 새롭게 재현되는 것에 있다.

그의 감각적인 설치는 오늘날 물질과 외형에 편중된 중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예술적 반작용이기도 하며,

소멸되고 있는 감각의 가치에 대한 복원의 의지이기도 하다.

 

 

 

벽에 만화를 그려놓은 것 같은 이 작품은 '원링'"8 p.m. / 서울에서의 하루

 

원링은 하루 동안 자신이 겪는 일상의 행위들을 만화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비슷한 연배의 다른 중국 젊은이의 일상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그의 일상을 잘 살펴보면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일상 속에 자리잡은 다양한 문화적 편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병상에 계신 부친을 간호하는 일과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차를 몰고 베이징의 번화가에 나가 식사를 즐기는 일들이

교차하는 일상을 통해 오늘날 중국 사회의 생생한 일면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원링의 작업이 단순한 일상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 이유는 미술작가의 입장에 서 있는 그가 만화책의 발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통해 그의 예술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미술계 생태구조에서 쉽지 않은 이러한 시도를 작가는 많은 좌절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번 "신중국미술"전은 다양한 작가 구성을 통해 다층적으로 구성된 오늘날 중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한다.

전시는 리후이 등의 작가와 출생 시기는 비슷하나 추구하는 미학이나 활동의 영역이 상이한 원링의 작품으로 연결된다.

원링의 작품은 70년대 출생세대와 80년대 출생 세대간의 정서적 간극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어서 80년 이후 출생하여 오늘날 중국 신세대의 감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위앤위앤, 송이거, 천웨이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작품은 동시대 사회에 대한 이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복잡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전시가 보여주는 다양한 시각과 복잡한 감정은 오늘날 중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중국현대미술의 시각과 반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작품이 한국의 대중들에게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중국의 현재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오늘날 한국사회와 중복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며 모든 행위를 결정하던 시대는 과거가 되었다. 오늘날 양국의 대중들은 복잡한 사회변화의 과정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격변의 근현대사를 겪으며 급변하는 사회구조는 필연적으로 모순과 충돌을 배태시켰다. 이는 한국과 중국의 대중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며, 동시에 양국의 현대미술이 안고 있는 비슷한 고민이다. 현대사의 다양한 격변을 겪어 왔고, 다원화된 사회구조에서 아직 미래를 알 수 없는 작가들의 불안한 존재성은 한국과 중국이 동일할 것이다. 이 전시는 오늘날 중국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그들과 우리 자신 모두를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미술관 측은 말한다.

 

이 층의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단풍 드는 가을이나 새잎 나는 봄이면 더 좋은 공간일 것 같다.

 

예술이란 그 시대의 사회상을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지금 중국의 미술도 세계의 미술과 별 다를 것이 없고

우리의 미술과도 큰 차이가 없단 것을 느꼈습니다.

대작이고 설치가 주를 이루는 작품들 말입니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와 이웃한 그들의 미술과 우리의 미술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해나갈지 궁금해하며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