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느리게 걷는 길을 말할 때
시골길을 걷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제가 서울에 올라와 있으면서 이곳저곳 구경다니는 곳에는
느리게 걸을 때 그 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오늘 올리는 지하철 동대문역 8번 출구로 나와서 청계천을 따라 난 평화시장 앞길을 따라 세운전자상가까지
걷는 길도 삶의 이야기가 물씬 풍기는 느리게 걷고 싶은 길입니다.
안동에 살 때 동대문 평화시장은 의류를 싸게 파는 상가로만 알고 있었지요.
늘 옷가게 주인들은 동대문 평화시장이나 남대문시장에서 도매로 떼와서 판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팔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 길을 걸어보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의류는 물론이고 공장에서 쓰는 기계까지 없는 게 없는 곳,
그곳에 가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라는 걸 알 게 되었지요.
그것도 싼 가격으로요.
동대문 평화시장 길을 걷다가 보면 쉼 없이 들리는 부르릉 거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귀가 먹먹해 질 정도지요.
부품이 필요한 공장이나 소매상들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 소리지요.
이런 소리 시끄럽게 들리는 것도 이 길을 걷는 매력이지요.
재래시장이 예전만은 경기가 못하다지만 제 귀에는 시장의 활력을 드러내는 소리던 걸요.
평화시장 길은 물건을 실어 나르는 게 오토바이뿐이 아닙니다.
아직도 이런 지게를 이용해서 물건을 나르는 아저씨들을 수시로 볼 수 있지요.
예전 고향에서 보는 지게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분명 많은 삶의 이야기가 묻어있을 것 같잖아요?
평화시장 상가 길에는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이렇게 수북하게 쌓아놓은 짐들을 볼 수 있지요.
지키는 사람도 없지만 아무 주저함 없이 이렇게 물건을 쌓아둔 풍경은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넉넉한 풍경이지요.
이런 넉넉함이 이 시장의 매력이자 느리게 걷고 싶은 길이게 하는 것 같네요.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세운전자상가까지 걷는 길
물건을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저처럼 그냥 눈요기를 하면서 느리게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너무 좋은 길입니다.
그래서 그곳은 서울시티투어버스가 하루종일 복잡한 길을 헤치며 드나드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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