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시

길, 선택의 공간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8. 8. 07:37

 

우리는 항상 길을 걷는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변화가 없다.

같은 길을 걸어 매일 하나의 목적지로 향하는 우리는 새로운 길은 작은 것도 감동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탈을 꿈꾸고 , 새로운 길을 상상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일탈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변화를 시도한다.

몇 개 되지 않은 선택이지만 갈림길에서  어제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내가 설정했던 합리적인 기준(가령 최단거리 들)에서 벗어나 약간의 변화를 시도, 일탈의 쾌감을 추구한다.

 

 

 

 

'잠들지 않는 도시'  철

 

 

 

재미있는 것은, 반복되던 길과 새로운 길 모두 우리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삶 속의 길 위에서도 선택의 문제는 예외 없이 발생한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복잡한 길들을 걷고 갈림길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해야한다.

그러나 어는 순간 그 복잡한 길들이 단순해짐을 느낄 것이다.

나름의 기준으로 루트를 정하고 걷다보면, 매일 반복되는 길이 더이상 복잡하지 않게 된다.

 

반복되는 길의 단순함과 갈림길에서의 선택, 이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갈림길에서의 선택점을 중심으로 가로세로 선을 긋고, 지도를 재구성하여 기존의 길을 단순화하였다.

주변의 상황을 배제하고 그 길을 집중하여 보여줌으로서 선택의 집중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현실 지도와는 분명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그저 지도를 단순화한 것이 아니라 재구성함으로 갈림길의 선택에 집중하였다. 

 

 

 

 

'반복되지 않는 반복' 시멘트

 

 

 

 

 

 '달 없는 길' 레이저모듈, 아크릴, 물

 

 

한가지 더, 작가는 매일 걷는 길도 똑같지 않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나의 기분과 상황, 계절에 따라 건물의 형태, 위치, 길의 모양, 폭 모두 그대로인데 마치 길이 변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같은 지도를 재구성한 것임에도 건물의 높낮이가 다른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을 이루는 재료는 크게 시멘트, 철, 빛이다.

작가는 '반복과 선택'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특별한 재료보다 도리어 많은 작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를 선택했다.

시멘트는 현대 건축에서 건물을 구성하는데 있어 필수요소이지만, 그 차가운 회색빛은 각박한 현대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작가가 사용한 빛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따뜻하고 무언가를 밝히는 빛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인들의 직설적이고도 차가운 성향과 닮아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살아남고자 만든 인공적인 빛은 LED로 표현하였다.

작가에게 길은 반복과 선택, 그리고 차가움의 공간이다.

-전시 서문에서-

 

 

 

 

 

'조각전'이란다 그래서 갤러리 '이즈'의 철로 된 길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나 거기서 만난 조각은 현재까지 보지 못했던 조각이다.

인사동 구경을 나간 어제 만났던 성신여대 일반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이동혁씨의 석사청구를 위한 전시이다.

8. 7일부터 8. 13일까지 열리는 전시다.

이 기간에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또 다른 선택의 공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