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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암, 바다는 보이지 않아도 안양시내는 다 보인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0. 16. 06:43

 

고향을 오르내릴 때나 안양에 볼일이 있어서 들릴 때면 안양 구시가지 쪽인 안양역 쪽에서 동쪽으로 올려다보는 산꼭대기에는 절집인 듯한 건물이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을 것 같아 언제 저 산에 올라 저 곳을 구경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먹은 걸 어디다 실천할 수 있던가요?

삼년이 다 되어가는 며칠 전에야 그 마음먹은 걸  실천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캐논 카메라 안양서비스센터에 카메라 청소를 하고 나서 그 산을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확실한 절집의 이름도 모르지만 지도상에서 보이는 길을 따라 가면 되겠다 싶어서 비봉산 보덕사를 네비에 찍고 길을 따라 갔습니다.

안양 대림대학교 쪽으로 들어가서 올라간 비봉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 끈을 다시 묶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본 절 이야기를 했더니만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망해암 표지판을 만날 수 있고 그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절집을 만날 수 있답니다.

'아! 그 절의 이름이 망해암이구나!

망해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길을 오랐습니다.

 

 

 

슬슬 놀며 쉬며 20분쯤을 걸었더니 포장된 도로가에 있는 망해암 표지판이 나옵니다.

그 표지판이 안내하는 쪽으로 5분도 채 안 걸리는 산길을 따라 들어간 곳에서 이런 안내석을 만납니다.

망해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절로

이곳에서 안양 시가지는 물론 멀리 서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절이라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이름과는 다르게 서해바다는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고 안양 시가지는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날 맑은 날이었다면 제법 아름다운 풍경일 것 같습니다.

이런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니 안양8경에 망해암 일몰이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망해암에는 몇 동의 전각이 있지만 중심건물은 용화전입니다.

그곳의 부처님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보통의 절 전각에 모셔진 부처님이 전신상인데 비해 그곳의 부처님은 상반신도 아니고 흉상정도의 모양입니다.

석조미륵불인 이 부처님은 갓모양의 모자를 쓰고 계신 모습이나 도톰한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바른 모습도 특이합니다.

고려초에 이런 불상도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망해암에서 오래 머물 곳은 아무래도 요사채 난간인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기차소리를 들으면서 안양 시가지의 모습이나 일몰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곳에서 한참이나 머물렀습니다.

요사채 벽에 가지런히 말려놓은 가지나 고추를 쳐다보면서 부처님 오신 날과 상관없이 달려있는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말입니다.

 

 

 

 

천불전.

망해암이 전망도 좋고 유서도 깊다보니 신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천 분의 부처님,저렇게 많은 부처님을 모시자면 그 비용이 만만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오다가다 바라보면서 오르고 싶었던 절 망해암,

안양시청에서 소개하는 글을 보면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래된 전각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바다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특이한 부처님을 만나 뵐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안양시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절입니다.


 

 

 

망해암을 돌아나와 오른 정상에는 날 저무는데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안양시민들에게 망해암이나 그 뒷산 비봉산이 친숙하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