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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흙내음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네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0. 31. 06:14

 

 

 

 

저는 시간이 있을 때면 목감천을 따라 걷기를 좋아합니다.

우리 집에서 목감천을 가려면 가장 빠른 길이 아파트 후문을 나가 광명5동 주민센터를 지나고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앞을 지나서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복지관 지하에 보이는 유리창에 쓰여진  흙내음도예교실이란 글자가 보입니다.

그 때마다 저곳은 도자기를 만드는 곳이기는 한 것 같은데 어떤 작품들을 누가 만드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제가 그곳을 구경하고 싶다는 뜻을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측에 비췄고 그쪽에서 허락을 해주어 어제와 그저께 이틀 동안 다녀왔습니다.

 

 

 

 

그곳 흙내음 도예교실은 심신에 장애가 있는 젊은이들이 도자기를  배우고 그렇게 배운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작업장이었습니다.

작업실 겸 전시실에는 도자기들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만든 것들이 많았습니다만 아직 판로가 많이 개척되지 않아서 이렇게 쌓여있답니다.

앞으로 이곳의 흙내음을 많은 사람들이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글 올립니다.

 

 

 

 

 도예교실은 성인 지적 장애인에게 도예물품 제작과 생산 판매를 통해 새로운 직업개발과 습득으로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그곳은  수강생들이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흙내음 가득한 강의실과 전시실 겸 작업실로 쓰고 있는 두 공간이 있습니다.

 강의실에는 여섯 명의 수강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1인 1 개월에 7,000원이라는 저렴한 수강료로 월~금요일까지 종일 강의로 가르치는 곳이자 도예작품 을 제작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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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흙을 주무르거나 두드리는 여섯 명의 수강생들은 수강 기간이 1개월에서 2년까지로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수준에 맞는 지도를 합니다.

오늘 만드는 작품은 컵과 화병입니다.

선생님은 6개월 미만의 초보자들에게는 일일이 개별 지도를 합니다.

 

 

 

 

30 분쯤을 그렇게 각자 열심히 비비고, 주무르고, 붙이고 하더니 점점 모양이 잡혀갑니다.

앞쪽의 작품은 1년이 넘은 수강생의 것이고 뒤쪽의 것은 6개월이 안 된 수강생들의 작품입니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그 차이가 선명하지요?

이래서 교육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는  한혜선 선생님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2 개월 전부터 이곳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수강생들이 비록 장애가 있어 정상인들처럼 기능을 빠르게 습득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이 좋아서 저도 덩달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가르쳐서 장애인 도예공모전에 출품도 하고 홍대프리마켓에도 진출해볼 생각입니다.

또 기능이 더 발전한 후에 전시회도 열 생각입니다.

그리고 장애인보호작업장 직원들과 손잡고 판매를 많이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 이 친구들을 고용해서 월급을 줄 수가 있을 테니까요."

인상도 아름다운 선생님이 포부도 야무지고 생각도 예쁘네요.

저도

'이렇게 열심히 가르치며 알찬 꿈을 꾸는 선생님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며 가마가 있는 전시장 겸 작업실로 가봅니다.

 

 

 

 

 

 

방금 빚어놓은 도자기와 초벌구이를 한 도자기, 초벌구이에 그림을 그린 도자기, 그리고  완전한 작품으로 탄생한 도자기까지

수많은 도예품들과 물래와 가마가 있는 전시장 겸 작업실은 사람의 온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곳에는 지금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은 두 사람의 장애인이 고용되어 작품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훈훈한 온기가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많은 작품들이 판매가 되어야 이곳에 자체적으로 교육생들을 고용해서 작업을 하고 임금도 줄 수 있는데

지금 그런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작업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이곳이 썰렁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그곳에는 열심히 작업을 하는 멋쟁이가 있었습니다.

도예를 배운 지 10 년이 된 정우진씨는 썬글라스를 쓰고 작업을 하네요.

"그런 안경을 쓰고 어떻게 작업을 하느냐?"

고 물으니 그는 말없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상에나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사람이 그렸다는 느낌보다 기계로 찍어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그림을 그립니다.

이 정도의 실력이니 저런 모습으로 작업을 자신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10 년이면 강산도 변하다더니 아무리 기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라도 10년 동안 꾸준하게 노력하니 이런 경지에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니 존경스럽기 까지 합니다.

 

 

 

이런 솜씨 있는 사람이 상복이 없다면 섭섭하지요.

지난해 장애인 도예공모전에서 '하나의 섬' 이라는 작품으로 입선을 했다면서 도록을 펼쳐드는 정우진씨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모쪼록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여서 내년에는 더 훌륭한 상을 받고 작품도 많이 판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유약도 독성이 없는 것을 쓴답니다.

주로 식기나 화분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시 어렵게 작업을 하는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갈까봐 걱정이 되어서이기도 하답니다.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의 장애인과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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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작품들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시지요?

대체적으로 컵들은 만 원 정도를 하고요. 저 예쁜 시계는 4 만원이랍니다.

화분들도 대부분 오 천원에서 부터 오 만원 정도면 살 수 있고요. 목걸이나 팬던트도 이 만원에서 삼 만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빚어 그림을 그려 구워낸 공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편이지요.

 

 

 

 

전시되어있는 작품들을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던 수강생들이 물레작업을 배우러 왔습니다. 

정상인도 6 개월 정도를 배워야 어느 정도 물레를 돌릴 수 있다는데 아직 초보자들인 수강생들이 혼자서 물래를 돌리는 것은 무리이지요.

선생님이 잡아주는 손길 따라 그릇의 모양이 만들어지는 물레를 그들도 언젠가는 혼자서 돌릴 수 있겠지요.

그런 날이 왔을 때 이곳의 작품들을 사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흙내음 도예 교실의 가마입니다.

첫 날 갔을 때 몇 개 되지 않던 작품의 숫자가 둘째 날에는 한층 많아졌습니다.

좀 서툴지만 성실하게 노력하는 장애인들의 노고가 차곡차곡 쌓이는 곳이지요.

이제 그들의 노력은 1000도 가까운 고열에 단단하게 굳을 것입니다.

그 단단한 작품들은 그들이 이 세상에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으로 말입니다.

 

 

 

 

강의실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지역아동센터와 연계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 수강생들은 열심히 아동들의 작업을 돕습니다.

벌써 익힌 재능을 기부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장애가 있는 그들도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데 우리가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자체 생산품의 판매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사업, 재료비, 급여, 훈련수당을 충당하는 그곳,

그 장애인들 중에는 기능이 매우 낮은 중증 장애인들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능을 습득하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적은 그곳,

그 적은 수의 장애인들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여 중증인 사람들, 그들과 함께 가야합니다.

그렇게 장애인 모두가 함께 가자면 일단 생산한 제품이 많이 팔려야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앞으로 기업체, 관공서, 교육기관, 개인의 구매협조가 많이 이루어져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이 사회에 우뚝 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